[임규진 기자] 90년대 초까지만 해도 오피스텔 분양업체에 머물렀던 거평그룹이 1일 총자산 기준으로 재계 28위에 올랐다. 한보 삼미 등 굵직한 그룹들이 부도를 낸 상황에서의 약진이다. 그러나 거평의 초고속 성장을 바라보는 눈길이 곱지만은 않다. 특히 새한종금 등 알짜배기 기업을 인수하면서 덩치를 불려온데 대해 의혹의 시선을 보내는 사람도 많다. 羅承烈(나승렬)회장을 만나 성장과정과 의혹에 대해 들어보았다. ―대한중석 포스코켐 새한종금 등의 인수에 4천억원을 썼는데 인수자금은 어떻게 조달했는지. 『80년대 중반부터 90년대 초반까지 오피스텔 분양으로 많은 돈을 벌었다. 이 돈으로 대동화학을 인수했고 대동화학 부동산 5천평의 매각대금 4백50억원을 거평프레야에 투자했다. 거평프레야의 분양이 순조롭게 이뤄지면서 2천억원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런 자금 여유를 바탕으로 대한중석 포스코켐 새한종금 등을 인수할 수 있었다』 ―거평의 고속성장에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이 많은데…. 『기업 인수과정과 자금 동원과정에 의혹이 있다고 한다는 말을 듣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새한종금 주식을 시가보다 4배 비싼 주당 8만2천원에 샀다. 우리 그룹에 꼭 필요한 기업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공개경쟁입찰을 거친 만큼 어떤 부정도 없었다고 자신한다』 ―최근 부도설이 다시 나돌고 있는데…. 『그룹의 재무구조를 모르고 하는 소리다. 지난해말 현재 총부채는 1조4천4백19억원, 자기자본 6천1백91억원으로 자기자본비율이 32%에 이른다. 삼성이나 롯데 수준이다. 게다가 22개 계열사중 부실기업이 하나도 없다. 그런데도 부도설이 계속되는걸 보면 의도적으로 우리 그룹을 음해하는 세력이 있는 것 같다. 급속도로 성장하다보니 이런 일을 당하는 것 같다』 ―30대 그룹에 진입한 소감은…. 『개인적으로는 반가울 게 없다. 올해는 선거가 있는데다 경제도 어렵기 때문에 30대그룹에 포함됨으로써 부담만 늘 것 같다. 그러나 30대그룹 진입을 계기로 반도체와 정밀화학에 주력하는 첨단제조업체로 성장해나갈 생각이다』 그는 전남 나주 출신으로 초등학교 졸업후 롯데삼강 경리부장을 지낸 뒤 70년대말부터 주택 오피스텔사업에 뛰어들어 재벌의 꿈을 이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