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채청기자] 신한국당이 대통령후보경선일정을 조속히 가시화하기로 한 것과 대선후보를 조기가시화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경선일정을 가시화하는 것만으로도 최근 동요하는 당분위기를 상당히 진정시킬 수 있다는 게 당지도부의 시각이다. 당지도부는 특히 경선일정 가시화로 내각제 논의 또는 권력분점 논의를 잠재울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 그러나 당지도부의 의도대로 경선일정을 조속히 가시화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경선일정을 가시화하려면 먼저 경선관련 당헌 당규 개정작업을 마무리지어야 하나 대선주자들의 첨예한 이해관계가 걸려 있어 난항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 한보사건에 대한 검찰수사와 국회청문회가 진행중인 상황에서 당헌 당규 개정작업에 매달리는 것은 국민들 눈에 좋지 않게 비쳐질 우려도 있다. 뿐만 아니라 대선주자들의 이견으로 당내 분열상이 노출될 것도 분명하다. 따라서 신한국당이 당장 당헌 당규 개정 및 경선관리위원회를 구성하더라도 작업은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정치상황을 감안할 때 검찰수사와 국회청문회가 끝난 뒤 국민회의의 대선후보 선출전인 5월 초순이나 중순경에야 신한국당의 경선일정이 정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그럼에도 朴寬用(박관용)사무총장이 1일 사무처직원 월례조회에서 거듭 경선일정 조기가시화를 강조한 것은 내각제개헌 또는 권력분점 논의에 제동을 걸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같은 박총장의 얘기에 대해 가장 적극적인 반응을 보인 쪽은 물론 李會昌(이회창)대표 진영이다. 이대표 진영은 『지금 국민들이 매우 불안해하고 있으므로 경선일정 조기가시화는 정치안정을 위해 바람직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반면 李漢東(이한동) 李洪九(이홍구) 朴燦鍾(박찬종)고문과 金德龍(김덕룡)의원 진영은 경선일정 조기가시화에는 원칙적으로 찬성하지만 「대선후보 조기가시화」에는 반대한다. 국가적 위기상황에서 경선분위기를 너무 일찍 조성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명분에서다. 이들은 자민련의 대선후보 선출(6월24일 예정) 뒤인 6월말 이후를 대선후보결정의 적기(適期)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