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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이광형/벤처기업의 장애물

입력 | 1997-04-01 19:51:00


벤처기업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침체된 우리 산업의 돌파구로서 기술 집약적인 벤처기업에 대한 기대가 고조되는 것이다. 정부가 지난달 31일 제2분기 경제대책의 하나로 벤처기업 육성방침을 밝힌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미국이 일본의 추격을 물리치고 경쟁력을 회복하게 된 데에는 벤처기업의 역할이 있었음을 생각할 때 늦었지만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정부의 대책에는 아쉬운 것도 있다. 「주식액면가」에 대한 제한의 철폐가 전혀 검토되지 않은 점이다. ▼인정못받는 「무형 자산」▼ 우리나라에는 주식발행시 최저 액면가를 5천원으로 정해 놓고 있다. 이는 주식발행을 꼭 이 가격으로만 하도록 하는 제도인데 이것이 벤처기업의 창업에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벤처기업이란 일반적으로 돈은 없고 기술만 있는 사람들이 하는 기업이다. 따라서 이들의 무형의 자산인 기술도 자본으로 인정해줄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 하지만 현행 제도에서는 아무리 기술이 있어도 돈이 없으면 창업하기 어렵게 돼 있다. 액면가에 해당하는 현금을 투자해야만 주식을 보유해 주주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기술을 보유한 사람이 자본가를 만나 대등한 입장에서 50대 50의 지분으로 창업하기 위해서는 자본가 만큼 현금을 투자해야 한다. 이럴 돈이 없는 기술자는 경영권을 걱정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창업을 주저하든지, 또는 외부자본 없이 소극적으로 시작해 획기적인 기술혁신을 이루어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미국처럼 주식의 액면가 제한을 없애든지, 또는 일본의 50엔처럼 최소 액면가를 5백원 정도로 내릴 필요가 있다. 지난 86년에 5백원 하던 최소 액면가를 5천원으로 올렸다고하는데 설득력 있는 이유를 찾을 수 없다. 정가가 없는 집값을 이해 당사자들끼리 정하는 이치와 마찬가지로 주식가격도 당사자들끼리 자율적으로 정하게 해야겠다. 그래야만 미국에서처럼 기술자는 주식을 5백원씩 사고 자본가는 5천원씩 사서 기술을 자본으로 인정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물론 현재 우리나라에도 프리미엄 투자라고 해서 자본가가 액면가 5천원짜리를 두배 또는 세배로 매입할 수 있는 길은 있다. 그러나 이것은 회사 설립후에만 가능하고 현실적으로 액면가 5천원짜리를 10배 비싼 5만원씩 사기는 어렵다. 또한 이렇게 프리미엄 투자를 해도 액면가와 실제 거래가의 차액이 납입자본금으로 산입되지 않는다. 그래서 무상증자라는 궁여지책으로 이 돈을 자본금으로 만들어야 하는 편법아닌 편법이 동원된다. ▼ 주식액면가 제도 개선을 ▼ 벤처기업 육성의 핵심은 기술과 자본이 자율적으로 원만하게 만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주식의 최소액면가를 높게 정해 놓고 그 이하로는 발행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아파트 최소 분양가를 정해 놓고 그 이하로는 팔지 못하게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미국의 엔지니어들이 마음놓고 기술의 사업화에 도전할 수 있었던 것도 기술을 자본으로 인정해 주는 제도때문이었다는 점을 참고해 그 열쇠인 주식의 액면가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이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