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에도 나이가 있다. 세계적으로 기업의 평균 수명은 30년 정도라고 한다. 우리나라 상장기업의 평균연령은 29세, 해방 후 설립해 지금까지 생존하는 쉰살 이상 장수(長壽)상장기업은 26개다. 짧은 기업사(史)에 비해 장수기업은 많은 편이다. 그러나 30년간 1백대 상위랭킹을 유지해 온 기업은 미국과 일본이 20% 수준인데 비해 우리는 16%로 낮다 ▼한보 삼미같은 굴지의 재벌그룹이 하루아침에 도산하는 등 재계 부침(浮沈)은 변화무쌍하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올 30대 그룹 현황을 보면 재벌 판도 뒤바뀜이 갈수록 빨라지고 있음을 느낀다. 상위 11대 그룹은 계속 기업을 늘려가며 제자리를 지킨 반면 중 하(中下)위 그룹의 순위싸움은 엎치락 뒤치락 치열했다. 중하위권 판도 변화는 급변하는 경제상황을 반영한다 ▼과거엔 권력유착이나 특혜 등에 의한 기업확장이 주종이었다면 요즘에는 유망업종 신설 및 합병인수(M&A)에 의한 성장이 두드러진다. 30대 그룹 대열에 새로 끼어든 아남 거평 신호그룹 등은 정보통신 반도체같은 첨단산업에 진출하거나 적극적인 M&A를 통해 비약성장을 거듭한 것이 특징이다. 올해부터는 증권거래법 개정으로 기업 합병인수가 한결 쉬워져 앞으로 재계 판도에는 훨씬 심한 지각변동이 일어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순위 바뀜이야 그렇다치고 재벌그룹에 의한 경제력 집중이 갈수록 심해지는 것은 문제다. 30대 그룹 계열사가 지난 한햇동안 무려 1백50개나 늘었고 이중에서도 특히 5대 그룹에 의한 경제력 편중이 갈수록 심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재벌들이 경영을 잘해 번 돈으로 기업을 확장하면 탓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자기자본 비율은 갈수록 낮아짐에도 계열사가 대거 늘어난 건 은행 돈 빌려 문어발식 기업확장에 열을 올린 결과라고밖에 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