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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북한 굶주림 면하려면

입력 | 1997-04-01 19:51:00


북한은 우리가 민간차원의 쌀지원을 허용하고 기업들까지 여기에 참여토록 한 뜻을 헤아려야 한다. 우리정부의 뜻은 한마디로 굶주린 북녘 동포들을 인도적으로 배려하고 대화를 통해 남북한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도 이젠 이쪽의 「선의」에 답하는 확실한 자세변화를 보여야 옳다. 최근 북한을 방문한 세계식량계획(WFP)의 한 관계자는 「아주 야윈 다리, 근육을 상실한 야윈 몸, 윤기없는 피부」 등으로 북녘의 기근실태를 표현했다. 가슴아픈 일이다. 우리 종교단체나 각종 민간단체가 발벗고 대북(對北)지원에 나서는 이유도 그같은 동포애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95년 우리 쌀 수송 당시의 인공기 게양사건이나 강릉 무장간첩침투사건 등에 분개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북한에 쌀을 보내면 군량미가 될 것이라고 우려하는 사람도 많다. 그들은 굶주린 동포들에게 직접 식량을 나누어 줄 수 있는 길부터 확보해야 할 것이라며 분배과정의 투명성을 주장하고 있다. 이들을 설득하는 길은 북한측이 하기에 달려 있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북한측은 우리의 도움 제의를 곡해하면서 대화마저 거부하고 있다. 북한은 우리가 나서지 않는한 식량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국제적십자사나 WFP, 국제비정부기구(NGO) 등이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식량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어림없는 양이다. 다행히 북한은 조금씩 현실을 인정하고 있는 것 같다. 지난달 뉴욕에서 열린 4자회담 설명회에서 처음으로 본회담 참석의 전제조건으로 1백50만t의 식량지원을 요청했다. 이 자리에서는 우리측 대표가 핵심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에 남한에 대한 최초의 간접적인 식량지원 요청이라는 분석까지 있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식량지원이 4자회담의 전제조건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북한의 식량문제는 4자회담이 열리면 우선적으로 논의되어야 할 문제라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은 없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대북지원에 소극적인 자세를 취해왔다.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와의 대화를 거부하며 미국과만 대화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이 불신을 해소해야 할 1차적 책임은 당연히 북한측에 있다. 북한이 좀더 솔직하게 식량사정을 털어 놓고 대화의 문을 연다면 아무도 대북식량지원에 거부감을 갖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이제 대북 쌀지원과 기업들의 지원을 가능하게 하는 등 일부 「해금」조치를 취했다. 북한이 답할 차례가 됐다. 굶주림을 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무엇인지 북한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