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페스티벌은 호주에서는 가장 오래되고 세계에서는 영국의 에든버러축제에 이어 두번째로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멀티 아트 축제입니다』 퍼스페스티벌위원회 사무총장 데이비드 블렌킨솝(59)은 약 한달간 진행되는 퍼스페스티벌 준비를 위해 1년을 사는 사람이다. 블렌킨솝총장은 『퍼스 페스티벌은 지리적 여건 때문에 문화예술을 향유하지 못하는 퍼스 주민들을 위한 행사로 출발했지만 현재는 이를 보기 위해 유럽에서 관광객이 올 정도로 유명한 축제로 성장했다』고 밝혔다. 퍼스페스티벌의 총예산은 연간 6백만 호주달러로 이중 45%가량은 공연티켓을 판매해 충당하고 나머지는 서부호주주정부 퍼스시 기업 및 호주에 자국의 문화를 전파하고자 하는 외국정부의 지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블렌킨솝총장은 『퍼스의 인구는 1백20만명에 불과하지만 2백70여개의 다양한 고향을 가진 이주민들이 건설한 코스모폴리탄적 도시』라며 이같은 문화의 다양성과 개방성이 장르의 구분없는 다채로운 예술행사를 가능하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특히 퍼스페스티벌은 역사가 일천한 호주의 문화예술을 향상시키는 원동력』이라며 지난달 8일 퍼스 콘서트홀에서 열린 서오스트레일리아교향악단이 호주 출신의 세계적인 여성 작곡가 제니퍼 폴러의 음악을 연주한 것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그는 『페스티벌은 이질성을 녹이는 일종의 정신적인 용광로로 퍼스 주민들은 다양한 문화행사를 통해 다른 문화를 인정하고 이해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며 이것이 바로 축제의 정신이라고 말했다. 호주와 같은 다민족 이민사회에서 퍼스페스티벌과 같은 축제가 없다면 민족간 갈등과 천박한 「하수도」문화의 유입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때문인지 몰라도 영국 출신으로 20여년전 2년간 퍼스페스티벌의 공연 기획자로 왔다가 아예 호주인이 돼버린 블렌킨솝총장은 축제의 의미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