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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박수천/생산적인 사회복지활동

입력 | 1997-04-02 15:14:00


흔히들 「복지」는 「소비」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사회의 취약계층을 상대로 하는 복지에는 많은 예산이 소요되다 보니 그런 인식이 있을 법하다. 하지만 근로자 복지가 생산성에 직결되듯 취약계층에 대한 복지는 사회효율에 직결된다. 치매노인 정신질환자 장애인을 가진 가정이 겪는 고통을 생각한다면 이들을 위한 비용은 결코 낭비나 소비가 아니다. 오히려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는 적극적 대안이라는데 모두가 동의할 것이다. 한걸음 더 나아가 저소득층이 근로를 통해 자기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면 더욱 바람직하다. 진정한 의미의 생산적 복지로 연결되는 이런 노력들은 현재도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다. 첫째는 민관합작 시범사업인 자활지원센터다. 빈곤퇴치에 노력하는 민간지도자들이 전국의 5개 저소득층 밀집지역에 센터를 설치하고 정부예산과 행정지원을 받아 본격적인 자활 자립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시작한 지 불과 9개월밖에 안됐지만 다양한 프로그램이 활기차게 진행돼 자립의 의욕을 지피고 있다. 올 하반기에도 다섯군데에 추가로 들어설 예정이다. 둘째는 사회복지시설 내의 자활보호작업장 운영이다. 부랑인 장애인 등 수용자들의 재활과 사회복귀를 위한 기술교육이나 적응훈련의 하나로 보호작업을 실시하고 있다. 전국의 8백여개 사회복지시설마다 수준에 맞는 작업이 가능하고 적으나마 보수가 있으니 성취감을 줄 수도 있다. 특히 고임금 때문에 해외로 탈출하는 중소기업들이 늘고 있는 상황이므로 비용절감과 사회복지 등 일석이조의 효과가 기대된다. 셋째로 민간봉사단체의 활동을 정부가 지원하면 적은 예산으로 큰 사업효과를 얻을 수 있다. 미국에서 시작된 「사랑의 집 짓기 운동」(헤비타드)이 그렇다. 독지가가 대지를 기증하고 자원봉사자들이 노력봉사에 나서면 저소득층을 위한 사랑의 집이 지어진다. 수혜자는 매월 8만원씩 15년간 상환하고 온가족이 5백시간의 노력봉사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집짓기에 참여한 봉사자가 계속 관계를 갖고 자활할 때까지 확실한 후견역을 맡아준다. 우리나라에는 지난 94년부터 비슷한 운동이 시작됐다. 저소득층 복지를 정부 힘에만 의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민간의 무한한 잠재력을 일궈내는 노력이 보다 요구된다. 자발적인 민간의 복지운동에 정부가 참여하면 파급효과는 커진다. 미국 필리핀 등에서는 대통령이 솔선해 참여하고 있어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하다. 박수천(보건복지부 생활보호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