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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기업의욕 살리기가 최우선이다

입력 | 1997-04-02 19:52:00


경제난을 극복하기 위해 여야 지도자들이 합심 노력키로 한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어떠한 회생방안을 내놓느냐가 중요하다. 과거에도 우리는 극심한 경제난을 겪었지만 그때마다 외부환경 호전으로 위기를 극복했다. 그러나 오늘의 경제위기는 요행을 바랄 수 없을만큼 구조적이다. 우리 스스로 돌파구를 찾는 길밖에 없다. 기업의욕을 되살리고 국민 모두가 「하면 된다」는 자신감을 갖도록 하는 게 최우선 과제다. 정부와 정치권의 경제회생책 우선순위도 여기에 두어야 한다. 경제가 구조적으로 어려운 건 사실이다. 여기에 기업들의 의욕상실까지 겹쳐 무기력 증후군이 확산되고 있다. 기업인들이 의욕을 잃으면 투자가 살아날 턱이 없다. 통상산업부 조사 결과 2백대 주요기업의 올해 설비투자는 작년보다 2.1% 줄어 4년만에 처음 마이너스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해외투자는 두배 이상 늘어 산업공동화(空洞化)가 가속화할 전망이다. 투자가 살아나야 수출부진 외채난 실업증가도 해소할 수 있다. 기업들이 자기나라에서 기업하기 힘들대서야 경쟁력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기업의욕을 살리려면 기업인이 신나도록 해야 한다. 우선 정부는 일관성있고 예측 가능한 정책으로 신뢰성을 갖추는 게 시급하다. 한보부도 이후 정부와 은행은 연쇄부도를 막기 위해 충분하게 자금을 풀겠다고 약속했지만 자금난은 더 심해졌다. 기업활동의 발목을 잡는 일도 사라져야 한다. 정부 당국자는 입만 열면 규제완화지만 기업들은 규제더미 속에서 의욕을 잃고 있다. 사정이 훨씬 나은 선진국들도 온갖 혜택을 주며 투자유치에 심혈을 기울이는 터에 우리 주변에선 「기업하기가 갈수록 힘들다」는 소리만 높아지고 있다. 기업과 근로자 모두 다시 허리띠를 졸라매는 용기가 필요하다. 경제상황이 어렵고 불황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그러나 지나친 비관만은 경계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모든 경제주체가 불안감을 떨치고 무력감에서 벗어나 다시 일어선다는 각오를 해야 한다. 우리에겐 한강의 기적을 일궈낸 저력이 있다. 그 동인(動因)을 끌어내는 데는 정부와 정치권의 역할이 중요하다. 경제를 살릴 수 있다는 청사진을 국민에게 제시하고 역할분담에 솔선해야 한다. 여야는 경제대책협의체를 구성해 경제난 극복방안을 마련키로 했지만 실질적으로 정치권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방안은 역시 정부가 주도해 만들 수밖에 없다. 광범위한 여론을 수렴한다며 이것 저것 선심성 정책이나 늘어 놓으면 오히려 걸림돌만 된다. 정치권은 경제가 경제논리로 운용되게 행정부와 기업을 도와주면 족하다. 강조하거니와 경제회생은 기업의 의욕을 살리는 데서부터 풀어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