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후 미 백악관 브리핑룸에 최근 발을 다쳐 목발을 짚고 다니는 빌 클린턴 대통령이 갑자기 들어왔다. 그는 정면을 응시하는 평소의 스타일과는 달리 고개를 반쯤 숙인 채 「긴급 뉴스」를 전했다. 매일 이 시간 마이클 매커리 백악관 대변인이 정례 브리핑하러 나타나야 할 자리에 대통령이 직접 나왔으니 뭔가 심각한 일이 생긴 모양이다. 이런 짐작들이 기자들의 취재 본능을 자극하기 시작했을 때 클린턴 대통령은 『정말 안좋은 소식을 전하겠다』고 서두를 뗐다. 『마이크(마이클 매커리)가 멍청하게도 바로 여기 백악관 어두운 계단을 헛디뎌 넘어지는 바람에 부상해 당분간 나올 수 없게 됐다』 고개를 갸우뚱거리던 기자들은 대통령이 『오늘부터 마이크대신 크리스 엥스코프가 대변인으로 일하게 됐다』고 얘기하자 폭소를 떠뜨렸다. 4월1일은 만우절. 25세의 백악관 공보실 직원인 엥스코프는 기자들에게 인기가 좋지만 아직은 대변인감이 아니기 때문. 한 기자가 만우절 조크에 화답하는 사이 매커리대변인이 클린턴처럼 목발을 짚고 절뚝거리면서 브리핑룸으로 들어와 또 한바탕 웃음이 일었다. 하지만 정례 브리핑에 들어가서는 분위기가 급변, 여느날처럼 클린턴이 가장 싫어하는 정치자금 스캔들에 질문들이 집중됐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