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국가기밀 유출 혐의와 간첩혐의로 기소된 한국계 미국인 로버트 김(57·한국명 金采坤·김채곤·전 미국해군 군무원)씨의 딸 레슬리양(21)이 최근 아버지의 결백을 주장하는 편지를 동아일보와 워싱턴 포스트지에 보냈다. 레슬리양은 이 편지에서 『아버지는 한국을 걱정하는 순수한 동기에서 문제의 기밀자료들을 넘겨주었을 뿐』이라며 석방을 호소했다. 버지니아대를 나와 미국 국립보건원(NIH)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는 레슬리양의 편지를 요약, 소개한다. 『요즘 아버지에게 쏟아지는 온갖 잔인한 비난들은 저를 놀라게 합니다. 아버지는 변명의 여지가 없는 배신자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신문과 TV는 아버지를 「스파이」라고 부릅니다. 그러나 저희 가족과 주위 사람들이 알고 있는 아버지는 그런 분이 아닙니다. 아버지가 체포된 뒤 저는 그 동기가 매우 순수했고 단순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아버지는 지구상의 유일한 스탈린주의 국가인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한국에 대해 걱정했지만 그렇다고 자신이 선택한 조국인 미국에 대해 단 한 점의 악의도 가져본 적이 없습니다. 아버지는 문제의 자료들을 넘겨주면서 돈은 물론 어떤 대가도 바라지 않았습니다. 아버지는 결코 스파이가 아닙니다. 미국정부가 아버지를 얼마나 신뢰했는지는 아버지가 26년전에 1급 비밀 취급인가를, 18년전에 특급비밀 취급 인가를 각각 받았다는데서도 드러납니다. 아버지는 누군가가 자신을 이용하기 위해 악의적으로 접근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아마 이런 순진함 때문에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불행이 아버지를 덮치지 않았나 싶습니다. 아버지의 유일한 꿈은 퇴직후 중국에 들어가 선교활동을 펴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유죄가 선고돼 형기를 다 마친다면 그 때는 나이가 들어 이 꿈을 이루기 어렵겠지요. 7월14일 공판이 다시 열립니다. 저희 아버지가 다시 세상 밖으로 나와 가정과 사회에 봉사할 수 있는 길은 정녕 없는 것일까요.』 〈워싱턴〓이재호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