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을 연간 1천만달러 이상 거래하는 국내기업은 2만여개. 그러나 외환정보 공급망인 인포맥스나 로이터텔리레이트 등 외환 기본정보망을 이용하는 기업은 3%인 6백개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은행의 대(對) 고객 딜러 또는 컨설팅회사에 의존하거나 아예 주먹구구식 환거래를 한다. 『시장평균환율제도로 바뀐게 언젠데 아직도 고정환율제도인 줄 알고 있는 기업가도 상당수입니다. 또 상담은 언제나 「알아서 해주시오」로 끝납니다』(외환은행의 한 딜러)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이 연일 치솟으면서 기업들이 거액의 환차손(換差損)을 입고 있는데도 이들의 「환(換)마인드」는 아직도 원시적임을 보여준다. 3일 대우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최근 원화환율이 9백원대에 근접함에 따라 금융기관을 제외한 상장회사들이 올들어 입은 환차손은 무려 1조7천6백억원에 이른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기업들은 환위험을 피하기 위한 선물환(先物換)거래 등 「헤지」 기법을 시도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 중견 전자부품업체 금융부 직원 K씨는 요즘 답답해 미칠 지경이다. 지난해부터 환율이 급등하면서 부품 수입원가가 치솟기 시작, 특별대책을 세우라는 사장의 지시로 선물환 매입 방안을 골자로 한 보고서를 만들었다. 그러나 칭찬은 커녕 『선물환은 너무 위험하니 다른 방법을 찾아보라』는 질책만 들었다. 이러한 최고경영진의 태도는 상당수 대기업도 다를 바 없다. 대표적인 경우가 사전결재를 받으라는 것. 한 무역회사 관계자는 『분 초를 다투면서 환율이 변하는데 자료를 만들어 보고하라고 한다. 자료를 만드는 동안 거래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태반』이라고 말했다. 국내 기업들이 환거래 전문가 양성과 정보채널 강화에 심혈을 기울이지 않고 최고경영진들의 「환마인드」가 바뀌지 않는 한 가만히 앉아서 거액의 환차손을 입는 불행은 끝나지 않을 것으로 지적된다. 〈정경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