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식목일은 마침 일요일이 이어지는 연휴다. 한식 성묘객과 봄놀이 인파가 겹쳐 전국의 도로가 몸살을 앓는 북새통을 이루지나 않을까 걱정된다. 더구나 국민들을 실망시키는 일들이 잇따라 터져나오면서 행락인파를 더욱 부추기기까지 하니 말이다. 식목일을 단순한 공휴일로 생각해서는 안된다. 사람이 살 수 있는 자연환경을 가꾸자는 날이다. 적어도 십수년 후를 내다보자는 본래의 뜻을 챙길 때 희망찬 미래가 기대된다. 이번 식목일을 전후해 자녀들을 데리고 성묘를 가는 분들에게 권하고 싶다. 자녀와 함께 산소 주변에 꽃 한포기 나무 한그루라도 심자고. 또 자녀들에게 산소 오가는 길에 핀 들꽃이나 풀 나무의 이름이라도 가르쳐주면 어떨까. 나무 한그루 풀 한포기의 이름을 알려주는 것은 다른 어떤 지식을 가르쳐주는 것보다 훨씬 가치있는 일이다. 풀이나 나무 이름을 기억하는 일은 곧 자연과 친해지는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이름을 기억함으로써 그동안 대수롭지 않게 보던 풀 한포기 나무 한그루가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알려고 하게 된다. 나아가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깨치게 될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자연의 아름다움과 그것이 주는 풍성한 정서를 느낄 수 있는 사람으로 커갈 수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여름 녹색소년단이 호주로 환경기행을 갔을 때였다. 단원들이 제일 먼저 발견한 것은 나무를 심고 가꾸는 호주인들의 정성이었다. 묘목이든 큰 나무든 이름표를 달아주고 우유팩이나 폐비닐 등을 재활용해 보호벽을 설치해 놓은 모습을 어디에서나 볼 수 있었다. 그런가 하면 바람이 많이 부는 바닷가에 심은 나무 주변에는 나무기둥으로 담을 둘러놓고 있었다. 건물은 말할 것도 없고 산속의 험한 바위틈 사이로 뚫은 모노레일조차도 나무 한그루 다치지 않도록 배려한 흔적이 역력했다. 그대로 태워버릴법한 나뭇가지까지 모두 잘게 부숴 묘목 주변에 뿌려주는게 아닌가. 수분증발도 막고 거름으로 활용한다는 설명에 학생들의 눈빛이 달라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에 앞서 역시 녹색소년단 단원들을 대상으로 홍릉수목원에서 나무이름 알아맞히기 대회를 마련했을 때였다. 참가자 가운데 소나무와 잣나무를 구별 못하는 학생들이 많이 있어 안타까웠다. 이번 식목일 연휴에는 자녀들에게 나무 한그루 풀 한포기의 이름이라도 더 알려줘 자연을 가까이 하는 삶을 가르쳐주었으면 좋겠다. 김기경(그린훼밀리운동 연합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