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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가 프리즘]KBS「이정섭의 요리쇼」

입력 | 1997-04-04 09:09:00


TV프로 속의 요리들은 어떻게 처리될까. 스태프의 입이나 쓰레기통으로 들어갈 것 같지만 사실은 방청객들의 몫이다. 방송을 위한 시식이 끝나면 나머지는 방청객들이 나눠먹으며 출연자의 요리솜씨를 즉석평가한다. 「요리+토크쇼」의 형태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KBS2 「이정섭의 요리쇼」(평일 오전9.05)를 통해 요리 프로의 이모저모를 살펴본다. 이 프로의 식단은 4일 솎음봄배추국을 시작으로 무말랭이 콩나물국밥 아욱국 원추리나물 물짠지무침 등으로 이어진다. 구성작가와 PD가 2배수로 예비 식단을 올리면 실제 음식점을 경영할 만큼 요리에 일가견이 있는 주방장 이정섭이 최종 낙점한다. 메뉴선정은 제철 요리이되 아침에 보고 저녁에 준비할 수 있는 간단한 것이 우선. 메뉴가 결정되면 다음은 「요리 코디네이터」 김정란씨의 활약이 시작된다. 메뉴에 맞춰 장을 본 뒤 녹화에 들어갈 때까지 「주인공」인 재료를 싱싱한 상태로 보존하는 것이 그의 역할이다. 일주일 방영분을 한꺼번에 촬영하기 때문에 오전 11시부터 시작된 녹화는 밤중까지 이어지게 마련. 카메라에는 김이 모락모락나는 아욱국이나 먹음직스러운 콩나물국밥 등 음식이 계속 등장하지만 연출자를 비롯한 스태프는 빠듯한 시간 때문에 김밥 나부랭이로 끼니를 때우기 일쑤다. 요리프로답게 넉대의 카메라 중 한대는 요리만을 지속적으로 잡아 클로즈업 화면이 자주 등장한다. 재료에 물을 뿌리고 빨간고추 등 눈에 띄는 갖은 양념으로 「싱싱한」 화면을 연출하지만 나중에 먹게 될 방청객들을 위해 못먹는 것으로 장식을 하는 식의 재주는 부리지 않는다. 연출자 유안나PD는 『MC와 초대손님들이 주고 받는 재담과 인생고백이 요리맛을 돋워준다』고 자랑. 그러나 이정섭이 수다에 정신팔려 요리를 새카맣게 태우는 날은 NG사인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소품비가 두배로 드는 날이 된다. 〈김갑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