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의 吉夏(길정하·26)주임. 4개의 모니터를 켜는 것으로 그녀의 하루는 시작된다. 속속 들어오는 각종 내외신과 시시각각 바뀌는 주가그래프 주식시세를 면밀히 살피며 그날의 승부를 준비한다. 미래의 주가지수를 현재의 시점에서 거래해 차익을 남기는 주가지수 선물딜러. 여성으로서는 국내1호인 그녀의 업무는 긴장의 연속. 잠깐의 실수가 엄청난 손실을 가져올 수도 있다. 『처음에는 일이 끝나면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어요.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것은 지금도 마찬가지죠』 지난 94년 입사한 길씨는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4개월만에 새로 생긴 선물팀으로 자리를 옮겼다. 일본과 시카고선물시장 등에서 연수를 받으며 실전훈련을 쌓아 나갔다. 『모의훈련때 가짜돈으로 베팅을 하는데 하루빨리 진짜 돈으로 베팅을 하고 싶어 미칠 지경이었어요. 두려움보다는 호기심이 많았죠』 그러나 지난해 5월 국내에 처음 도입된 선물거래시장은 냉엄했다. 누군가가 돈을 벌면 또 다른 누군가는 잃어야만 하는 「제로섬게임」에서 외국의 선물딜러들이 애송이를 가만둘 리 없었다. 『기억에 남는 것은 주가가 폭락하다가 갑작스런 증시부양책으로 주가가 폭등할 때였죠. 저는 계속 내려갈 것으로 보고 베팅했는데 반대의 결과가 나오니 넋을 잃고 바라볼 수밖에 없더군요』 그러기를 거의 1년, 이제 그녀는 이익을 남길 수 있을 정도로 노하우가 쌓였다. 선물팀에서도 실적이 좋은 편에 속한다. 『증권과는 관계없는 사회학과를 나왔다는 것이 저의 콤플렉스였어요. 그래서 일과를 마치면 집으로 직행해 전문서적을 탐독했죠. 프로가 되기 전까지 결혼 생각은 안할 거예요』 〈박현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