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이삭을 키우는 마음으로 수출에 매달리고 있습니다』 두성전자의 金達鎬(김달호·50)사장은 요즘 부쩍 늘어난 『아직도 수출 하십니까』라는 「인사말」을 들으면 이렇게 답해준다. 95년 말 1천만달러탑을 수상한 뒤 1년만에 수출을 40%나 늘린 두성전자의 성공은 바로 이같은 「농사짓는 마음」에서 잉태됐다. 돌발변수가 적은 선진국에서 품질과 합리적인 가격으로 「진득하게」 승부한다는 것. 『수출하겠다는 사람들은 특수(特需)를 애시당초 기대해선 안됩니다』 종합상사 팀장으로서 1억달러 포상까지 받았던 그가 83년 퇴사한 뒤 14년동안 부침을 거듭하며 나름대로 체득한 비결이다. 두성전자의 주력 수출품목은 휴대전화용 어댑터와 자동조절 렌치. 불량률이 낮은 것으로 소문난 미국 통신기기업체 모토롤라에 전량 납품하는 어댑터는 2백50g 초경량에 내부 회로가 매우 간단하다. 그렇지만 실제 납품까진 반년동안의 까다로운 검사를 거쳐야 했다. 두성은 모토롤라식 「유연 생산체제」에 맞추기 위해 수송 및 조달을 전담하는 로스앤젤레스지사도 차렸다. 그쪽에서 급하게 물량을 늘려 달랄 땐 납기를 맞추기 위해 철야작업과 비행기 수송도 마다하지 않았다. 『지난해 개당 2원짜리 흑색코팅 스크류(나사)에 문제가 생겨 1백만달러 클레임이 걸렸을 땐 정말 결딴나는 줄 알았습니다』 1년 넘게 보완작업을 벌여 가까스로 모토롤라측에 재납품할 수 있었던 것은 「납기를 생명처럼 여긴」 김사장의 신용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자동조절 렌치는 부산의 한 중소기업이 82년 미국 시카고 하드웨어 쇼에 출품, 인기상을 받았던 품목. 해외영업에 눈이 어두워 파산위기를 맞은 것을 김사장이 95년 아예 인수해 본격적으로 키웠다. 이렇게 해서 다시 태어난 「두성렌치」는 요즘 미국 최고의 유통매점인 월마트 홈데포트 등에 진열되고 있다. 02―717―0777 〈박내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