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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광장/귀순자 체험기]유치원생이 웬 『YES』

입력 | 1997-04-07 08:55:00


지난달 유치원교육 현장을 참관하면서 깜짝 놀란 적이 있었다. 유치원 선생님들이 어떤 질문을 던지면 대부분 5세 남짓한 아이들의 입에서 『Yes, No』라는 영어가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이었다.웬만한 문장을 구사하는 아이들도 보였다. 남한에서는 영어를 못하면 사회생활 하기가 어렵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유아교육 현장까지 영어가 생활화돼 있다는 것은 북한에서는 상상도 못했었다. 이같은 사회문화의 차이로 북한귀순자의 대부분이 영어때문에 남한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를 자주 들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영어를 못하면 취직도 못할 뿐더러 토익점수 등으로 승진이 판가름나는 경우가 태반이어서 영어는 엄청난 부담이었다. 물론 북한에서도 정규교과과정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지만 부실하기 짝이 없다. 북한에서는 인민학교를 졸업하고 고등중학교에 들어가면 학교에서 신입생들을 영어반과 노어(러시아어)반으로 갈라 놓는다. 영어반과 노어반 편성은 철저히 강제적이다. 반편성에 본인의 의사는 필요없다. 별도로 제2외국어가 없으며 영어와 노어가 외국어의 전부일 뿐이다. 남한의 고등학교 학생들은 재학중에 제1외국어인 영어를 비롯해 제2외국어로 독일어 프랑스어 일본어 중국어 스페인어를 「마음대로」 선택해 배울 수 있지만 북한 학생들은 그렇지 못한 셈이다. 더욱이 교육내용도 빈약하기 짝이 없다. 외국어교육은 문법교육에 치우쳐 발음은 완전히 엉망이다. 오로지 영어선생님이나 노어선생님의 발음이 곧바로 「표준발음」이 된다. 그 흔한 영한사전을 구하는 것도 북한에서는 「하늘의 별 따기」다. 영한사전은 시중에서 팔지 않기 때문에 교과서가 유일한 교재인 셈이다. 뒤늦게 영어교육의 중요성을 깨닫고 북한에서도 지난 89년부터 인민학교(우리의 초등학교) 4학년부터 영어를 가르치고 있지만 그 결과는 만족스럽지 않은 듯하다. 그러나 남한의 영어공부 열풍은 너무 지나친 듯하다. 아직 인성을 갖추지 못한 유아들에게까지 영어공부가 우선시되는 풍토는 사회적 혼돈을 초래할 수 있지 않을까 우려된다. 〈여금주〉 △23세 △함흥 회상구역 햇빛고등중학교 졸업 △회상유치원 교양원 △가족과 함께 94년 3월 귀순 △중앙대 유아교육과 3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