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을 마치고 운동장을 가로질러 달려오는 아들 녀석의 모습이 평소와 달랐다. 한달음에 다가와서는 발갛게 상기된 얼굴로 불쑥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상장이었다. 자연과 동물을 보호하고 사랑하는 마음씨가 돋보여 상을 주게 됐노라는 설명이 씌어 있었다. 그제서야 전날 있었던 일이 생각나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전날 아이는 소중하게 무엇을 안은 채 집에 와서는 빈 상자가 필요하다는 등 부산을 떨었다. 다리를 다쳤는지 파들거리는 작은 참새 한 마리를 안고 있었다. 아이는 학교 운동장 나무밑에 떨어져 울고 있는 것이 가여워서 들고 왔다면서 물을 떠다주고 빵부스러기를 건네면서 정성을 쏟았다. 기대와는 달리 작은 새는 여전히 기운을 못 차리고 상자 한 구석에 웅크리고만 있었다. 풀이 죽은 아이는 자신이 없었던지 엄마 새가 찾으러 올지도 모른다며 새가 있었던 그 자리에 다시 갖다 놓겠다며 저녁 때 집을 나섰다. 아이다운 순진함을 나무랄 수도 없어 15분은 족히 걸리는 학교까지 하는 수 없이 같이 갔다. 처음 새를 보았다는 그 나무 밑에 새를 놓아주었지만 여전히 걱정이 되는지 자리를 뜨지 못했다. 그 사이 마침 퇴근하려던 아이의 담임선생님이 다가왔다. 나는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대강 설명하고 웃었더니 담임선생님은 자못 심각하게 얘기를 듣고 나서는 아이를 크게 칭찬했다. 그런 소동이 있은 다음날 아이는 바로 그 일로 전교생이 지켜보는 가운데 표창장을 받게 된 것이다. 상을 받고 난 후 아이는 주변 환경이며 동물을 보는 태도가 전보다 눈에 띄게 달라졌다. 마치 자연보호의 선봉장이나 된 듯 우쭐해 풀 한 포기, 조그만 벌레 한 마리에까지 관심을 보였다. 이 일을 통해 아이들의 작은 마음까지 세심하게 배려하는 호주의 교육분위기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 (92년 한라시멘트에 근무하는 남편을 따라 호주로 이민 간 申娥延(신아연·34)씨는 시드니에 살면서 초등학교에 다니는 진원(8) 규원군(7) 두 아이를 키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