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한보그룹 鄭泰守(정태수)총회장에 대한 증인신문으로 서막을 올린 한보청문회는 첫날부터 특정의원의 자격시비로 삐걱거렸다. 이날 아침 일부 언론에 한보특위 위원인 국민회의 金元吉(김원길)의원이 이른바 「정태수 리스트」에 포함돼 있다는 보도가 나가자 신한국당 소속 위원들은 『김의원이 제척(除斥)대상이 아니냐』며 긴급구수회의를 가졌다. 이 때문에 오전 9시로 예정됐던 청문회가 20분가량 지연됐다. 신한국당 위원들은 일단 『검찰에서 확인된 것이라면 모를까 확인도 되지 않은 사실로 자격시비를 벌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논의를 중단하고 청문회를 시작했다. 그러나 오후 들어 청문회가 속개되면서 위원들이 잇따라 의사진행발언을 신청하면서 자격시비 문제가 다시 재론됐다. 먼저 자민련 李麟求(이인구)의원이 『뭔가 공작적인 측면이 있는 것 같다』며 신한국당 위원들을 공박한데 이어 국민회의 李相洙(이상수)의원도 같은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어 국민회의 金民錫(김민석)의원은 『동료의원들끼리 합법적인 후원금까지 문제삼는 것은 인간적으로 말이 안된다』며 『경복고 출신인 신한국당 李思哲(이사철)의원이 사석에서 金賢哲(김현철)씨를 옹호하는 발언을 한 적이 있다』고 여당측을 공격, 현철씨 비호논쟁으로까지 확산됐다. 급기야 당사자인 김원길의원은 신상발언을 요청, 자신에 대한 의혹을 해명하고 나섰다. 김의원은 먼저 정태수총회장에게 『나를 한번이라도 만난 적이 있느냐』고 질문, 정총회장으로부터 『한 번도 만난 일이 없다』는 답변을 받아냈다. 그는 이어 『4.19세대 모임인 「4월회」에 소속돼 있는데 부회장으로 있는 한보 임원 한 사람(李龍男·이용남 전한보철강사장을 지칭)이 공식적인 후원회에 개인명의로 몇백만원을 후원회비로 낸 사실이 있으며 영수증 처리도 했다』고 해명했다. 김의원의 이같은 해명이 있자 玄敬大(현경대)위원장은 『더 이상의 논쟁은 청문회 운영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며 위원들의 발언신청을 봉쇄, 자격시비는 일단 가라앉았다. 그러나 「정태수리스트」에 거론된 다른 정치인들과 마찬가지로 김의원의 문제는 아직도 「꺼진 불」이 아니라는 것이 중론이다. 〈김정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