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문득 일상의 나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느낄 때가 있다. 많은 주부들은 살림하랴, 남편과 아이들 뒷바라지하랴, 집안대소사 챙기랴 허둥대면서 「이 모습만이 내가 아닌데」 싶어 탈출을 생각해보기도 하지만 「현실」에 눌려 주저앉고 만다. 또 다른 나를 찾으러 나선 주부들이 있다. 부천지역 아마추어 주부 사진작가들의 모임인 선용사진동우회. 이름은 신선(仙)의 얼굴(容)을 찾는 사람들의 모임이란 뜻이지만 실은 진짜 자신의 모습을 찾아 이를 사진으로 드러내는 주부들의 모임이라는 것이 회장 고원철씨(49)의 설명. 이 모임의 사무실은 경기 부천시 원미구 상동 원미빌딩 부천 YMCA 6층에 있다. 회원은 20∼40대 25명. 부천YMCA 사진교실 주부 수강생의 모임이 84년 동호회로 발전했다. 정기적인 모임을 통해 함께 사진기술을 터득하고 연구하자고 모였다. 매주 화요일은 강사를 초빙해 이론교육을 받거나 야외촬영을 나가는 날. 가족에게 불편을 주지 않기 위해 가까운 곳을 촬영장소로 정한다. 흑백사진만을 고집하는 이들은 현상과 인화까지 직접 해낸다. 암실을 자기집에 갖춰놓은 이도 있고 YMCA의 암실에서 공동작업을 하기도 한다. 이들중에는 각종 사진전에 입상하거나 개인전을 가질 만큼 프로의 경지에 이른 이도 있다. 이경란씨(42)는 『아이들이 사진찍기에 열중하는 엄마를 반기는 눈치이고 나자신도 감성과 꿈이 되살아나는 기분을 느끼며 활기찬 생활을 하게됐다』고 소개했다. 애들사진 예쁘게 찍으려고 회원이 됐다는 이순희씨(33). 세월의 흔적이 담긴 노인의 모습을 주로 다룬다는 엄기숙씨(42). 이들은 『찍을 것을 찾다보니 사물을 세밀하게 관찰하게 되고 그 사물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기는 계기가 된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무거운 책가방, 위험한 놀이터, 구멍가게 아이들의 모습을 찍음으로써 학교생활의 명암을 표현하려 한다는 것이다. 매년 한차례 전시회를 열고 전시사진들을 달력으로 만들어 그 수익금으로 청소년단체와 불우이웃을 돕고 있는 것도 이들이 자부심을 느끼는 부분중 하나다. 이들은 다른 주부들에게 어느 봄날 일찌감치 아침 설거지를 마치고 장롱속에 버려두었던 카메라를 들고 집을 나서보라고 권한다. 이웃집 할아버지나 놀이터의 아이들, 물이 오르기 시작한 가로수에 렌즈를 맞추다보면 또 다른 내가 되살아나는 기분을 느끼게 된다는 것. 그러나 아이가 돌아오는 시간까지 집에 와 있어야 한다는 것은 잊지 말라고. 〈김진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