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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니어/끼리끼리]경복고 만화연구반

입력 | 1997-04-08 08:27:00


서울 경복고 만화연구반 CALS(Cartoon and Animation Lovers’ Society). 말그대로 만화를 사랑하는 경복고내 25명의 「만화 마니아」들의 모임이다. 이들은 매일 점심식사를 마치기 무섭게 동아리실에 모여 만화도 그리고 서로의 작품을 놓고 토론도 벌인다. 지난 92년 탄생한 만화연구반이 교내외로부터 상당한 인정을 받기까지는 시련도 적지않았다. 무엇보다 교사와 학부모들의 「편견」이 가장 큰 장애였다. 『만화반은 노는 아이들만 모여 있으니 절대로 가입하지 말라』며 「방해공작」을 펴는 교사도 있었다. 부모들은 학교에서 공부는 하지 않고 매일 만화책만 잡고 있는 것으로 오해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경복고를 대표하는 동아리로 만화연구반을 꼽는 교사들이 적지 않을 만큼 「인정」을 받게 됐다. 3학년 김문수군은 『매년 가을 축제때 열리는 전시회는 만화를 보기 위해 몰려든 학생들로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라며 『지난해 전시회에는 1천명이 넘게 다녀갔다』고 자랑했다. 92년 첫 전시회 때는 당시 장종택교장선생님이 첫 손님으로 방문, 즉석에서 만화 1점을 그려줬다. 그 만화는 지금까지 연구반 「보물 1호」로 소중하게 보관하고 있다. CALS에 가입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졸업한 선배들까지 참가하는 철저한 신입회원 심사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만화라고 해서 쉽게 생각해서는 안된다. 후배들에 대한 선배들의 교육은 혹독하기 이를데 없다. 처음 들어온 새내기 회원들에게는 1년 동안 만화를 그릴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인체데생 비례 건물투시도법 등 미술의 기초부터 철저하게 배워야 하기 때문. 2학년 김한주군(16)은 『단순히 만화를 좋아한다고 해서 만화연구반에 들었다가 혹독한 기초과정을 견디지 못해 떠나는 신입회원이 매년 두세명은 된다』고 말했다. 기초과정을 무사히 통과해야만 자기만의 개성을 살린 그림체를 개발하도록 선배들로부터 지도받는다는 것. 요즘 청소년들 사이에 일본만화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듯 1학년들의 습작만화는 모두 일본만화를 베껴놓은 듯하다. 하지만 경복고 만화연구반은 이를 절대로 용납하지 않는다. 무조건 모방해서는 일본만화를 이길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물론 일본만화에서 배울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2학년 안정환군은 『특히 명암을 표현하는 스크린톤과 배경묘사는 감히 흉내낼 수 없을 정도』라며 『일본에는 우수한 만화가들이 활동할 수 있는 거대한 만화시장이 있다는 점이 부럽다』고 말했다. 일본에서는 만화가가 학생들이 원하는 직업 가운데 2,3위에 오를 정도의 인기직업이다. CALS 회원들은 만화로 일본을 이길 날을 꿈꾸고 있다. 〈신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