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한복판 상공에 떠있는 돌고래 모양의 거대한 비행선. 유선형으로 미끈하게 빠진 몸통의 길이만 장장 2백여m」. 「스타트렉」이나 「인디펜던스 데이」같은 공상과학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리겠지만 이 비행선은 외계인이 타고 온 비행체가 아니다. 바로 미국의 벤처기업 스카이 스테이션 인터내셔널(SSI)사가 추진중인 새로운 개념의 우주 위성 상상도다. 이 비행선의 평균 고도는 23㎞. 대기권 바로 바깥의 성층권에서 각종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쏘아 올려진 일종의 정지위성이다. 다른 인공위성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고도다. 첫 비행선이 거대한 위용을 드러낼 곳은 미국의 뉴욕시. D데이는 오는 99년 10월로 예정이 잡혀있다. 뉴욕 비행선이 본궤도에 오르면 이어 세계 주요 도시의 상공에 차례차례 떠오른다. 가입자 수가 많은 도시는 한꺼번에 10여개의 비행선이 뜨는 곳도 있을수 있다. 이렇게 해서 오는 2005년이 되면 모두 2백50개의 비행선이 지구촌 상공 곳곳에 출현한다. 데이터 송수신은 레이저 광선을 이용한다. 거대한 레이저 통신 그물망이 쳐진다는 얘기다. 이렇게되면 사하라의 열사(熱沙)에서 얼음으로 뒤덮인 북극해, 태평양구석의 소군도에 이르기까지 세계 오지 어디서든 국내전화와 같은 요금으로 국제전화교신이 가능해진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성층권을 이용하는 기술. 세계적 천재인 알프레드 웡 교수(UCLA 플라즈마 물리학과)가 지난 94년 창안한 코로나 이온 엔진을 응용한 것이다. 이 기술은 음(―)전기를 띤 이온을 공기중에 쏘아 비행선 바깥에 흩어져 있는 다른 음전기 입자와 충돌할 때 생기는 반발력으로 동력을 만들어 낸다. 불과 승용차정도의 작은 엔진 하나로 축구장만한 비행선을 10년동안 하늘에 띄워놓을 수 있다. 사람이 많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SSI의 직원은 미항공우주국(NASA)에 있는 엔지니어까지 다 합쳐도 겨우 30명 남짓하다. 워싱턴DC의 본사 건물은 10명도 채 안되는 인원이 지키고 있다. 「세계를 하나로 묶겠다」는 웅대한 계획에 비하면 믿기지 않는 작은 규모다. 이 프로젝트는 「벤처 정신」의 소산물이다. 성층권을 이용하는 획기적인 기술 하나가 사업성을 믿은 투자자들을 끌어들인 것이다. 그러나 지구 전체를 커버하는 계획을 지탱하고 확대하려면 역시 관건은 자금문제. 비행선이 떠오를 현지 국가의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고 투자를 이끌어내려는 것도 바로 이때문. 파트너십이 이뤄지면 비행선의 운영권은 전부 현지 파트너에 넘어간다. 이런 방식은 혹시 나올지도 모르는 영공권 침해 시비를 막아주는 이점이 있다. 게다가 낮은 고도에 띄우기 때문에 생기는 군사적으로 이용되지 않을까하는 불신도 어느 정도 없애준다. 말하자면 일석삼조(一石三鳥)다. SSI가 계획중인 서비스는 각종 데이터통신 화상전화 인터넷서비스 등 세가지. 계획대로라면 분당 10센트(약 80원) 정도의 낮은 이용료로 모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이리듐 프로젝트 등 다른 인공위성서비스에 비해 월등한 경쟁력을 갖는다. 그리고 언제 어디서든 손바닥만한 휴대용 단말기 하나면 서로 모습을 보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단말기는 휴대용 통신기기 전문업체인 미국의 모토롤라사에서생산할 것으로 알려졌다. 휴대용 단말기가 아니라도 PC나 노트북에 전용 카드만 꽂으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이 회사의 크리스 파투스키 부사장은 『전용 단말기의 가격은 현재 4백달러 정도로 다소 비싸지만 생산량이 늘면 가격을 낮출수가 있어 세계적으로 보급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파투스키 부사장은 『한국은 한국통신을 비롯한 몇몇 기업과 사업성을 타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홍석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