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2년 대통령선거 당시 한보그룹 鄭泰守(정태수)총회장이 여야후보들에게 대선자금을 줬을까. 그렇다면 어느 후보에게 얼마나 건넸을까. 여야 의원들은 지난 7일 서울구치소에서 열린 국회 국정조사특위의 한보청문회에서 정총회장을 상대로 지난 92년 대선 당시 여야 후보들에 대한 대선자금 제공의혹을 집중 거론했다. 그러나 거액의 대선자금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진 정총회장이 공식적으로 시인한 액수는 10억원. 92년 대선 당시 민자당 재정위원으로서 다른 재정위원들과 마찬가지로 10억원 가량의 후원금을 민자당에 기부했다는 것이 그의 답변이었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서는 지난 92년 대선 당시 정총회장이 金泳三(김영삼) 당시 대통령후보에게 6백억원의 대선자금을 제공했으며 대선 직후 당선 축하금으로 수백억원을 건넸다는 소문이 끊임없이 나돌았다. 또 국민회의 金大中(김대중)총재는 정총회장이 대선 당시 자신에게 30억원을 제공하겠다고 제의했으나 거절했다고 주장해 왔다. 정총회장은 7일 청문회에서 김총재의 주장을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그러면 검찰은 정총회장을 상대로 대선자금제공 여부를 어느정도 조사했을까. 金起秀(김기수)검찰총장은 지난 4일 대검에서 열린 국정조사에서 『지난 92년 대선자금은 수사대상이 아니다』며 대선자금 제공여부에 대해 답변 자체를 거부했다. 그러나 정총회장에 대한 청문회에서 검찰이 한보사건 1차 수사 당시 정총회장을 상대로 대선자금제공여부를 강도높게 조사한 사실이 밝혀졌다. 정총회장은 「구속후 대선자금을 조사받았느냐」는 야당의원들의 질문에 『며칠간 집중적으로 대선자금을 조사받았으며 (검찰이)장부를 모두 뒤졌다』고 증언했다. 검찰은 그러나 대선자금을 수사한 내용을 전혀 공개하지 않아 그 이유를 놓고 의혹이 일고 있다. 정총회장이 한푼도 주지 않았다고 증언했다면 굳이 수사내용을 숨길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검찰이 정총회장으로부터 대선자금과 관련한 구체적인 진술을 받았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검찰은 그러나 아직 대선자금에 대한 어떤 수사방침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정총회장이 대선자금을 단순히 정치자금으로 주었다면 처벌조항이 없기 때문에 수사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만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대선자금이 한보비리의 「몸체」라고 믿는 국민이 상당수인 만큼 검찰이 한보비리의 실체적 진실을 밝혀내고 국민의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대선자금에 대한 수사는 반드시 「건너야 할 강」이라는 것이 검찰주변의 시각이다. 〈하종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