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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청문회 방식 바꿔야한다

입력 | 1997-04-08 20:08:00


국회 한보특위의 鄭泰守(정태수)씨 청문회가 정씨의 거짓말과 방자한 답변에 온통 끌려다니자 그런 청문회를 왜 열었느냐는 시민들의 항의전화가 신문사에 빗발쳤다. 이대로 가다가는 청문회가 의혹의 실체를 밝히기는커녕 핵심 증인들이 오히려 교묘하게 자신들의 입장만 합리화시키는 행사로 전락할지 모른다는 회의가 일고 있다. 앞으로 남은 일정을 위해서도 청문회제도와 운영방식은 시급히 보완 개선되어야 한다. 우선 『모른다』 『기억 안난다』로 일관한 정씨에 대해서는 위증이나 국회모독죄의 적용 여부를 적극 검토해야 마땅하다. 위증의 경우 판례의 엄격성이나 행위의 고의성 여부에 대한 입증문제 때문에 법적용이 쉽지 않다는 법조계의 의견도 있다. 국회에서의 증언 감정 등에 관한 법률도 증언거부권을 명시하고 있어 정씨를 국회모독죄로 처벌하는 데는 법적용의 한계가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정씨는 분명히 드러내 놓고 거짓말을 했고 때에 따라서는 오만한 자세로 모욕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은 것으로 비쳤다. 특위는 정씨의 거짓 증언을 철저히 가려내 법에 따라 고발하는 것이 당연하다. 청문회는 앞으로도 3주이상 더 계속된다. 신문을 기다리는 증인은 38명이나 남아 있다. 이들이 정씨같은 거짓말이나 허위 진술을 하지 못하게 못박기 위해서도 정씨에 대한 고발은 늦출 수 없다. 정씨의 증언이 부실한 만큼 그를 다시 증언대에 세우는 문제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지난 7일의 청문회는 결과적으로 정씨에게 자신의 입장을 변명하는 장소만 제공했을 뿐 실체적인 진실이나 국민들의 궁금증을 풀어 준 대목은 하나도 없었다. 때문에 정씨를 상대로 한 진실규명 작업은 다시 이루어져야 한다. 차제에 청문회 운영방식도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해보아야 한다. 여야가 소속정당별 및 위원별로 신문시간을 정해 배분하는 진행 방식부터가 문제다. 증인들은 어떻게하든 정해진 시간만 적당히 넘기면 그만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증인들의 임기응변식 답변과 지연작전에 말려들기 십상이다. 특히 핵심 증인일수록 더욱 그렇다. 오는 25일 단 하루로 예정된 金賢哲(김현철)씨 청문회 역시 이번 정씨 청문회의 전철을 그대로 밟는다면 그때의 국민적 분노는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여야 위원들도 치밀한 준비없이 중복 질문이나 남의 당을 물고 늘어지는 한심한 작태는 그만 두어야 한다. 지금과 같은 위원들의 자세와 청문회 방식으로는 아무것도 못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