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업계가 쌓여가는 재고부담으로 조업단축을 하면서도 생산능력을 계속 늘리며 과잉투자로 치닫고 있다. 8일 통상산업부와 한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7개 완성차업체들의 지난달 자동차 생산실적은 27만1천8백1대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8.6% 증가, 월별로 사상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반면 지난달 판매량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2.2% 감소한 23만1천2백49대에 그쳤다. 이에 따라 자동차 재고량은 지난 2월말 9만2천대에 이어 지난달말에는 12만4백대로 늘어났다. 이는 종전 최대치인 작년 10월의 9만7천대보다 2만7천대나 늘어난 것으로 사상최고 규모다. 수출재고 6만대를 합하면 전체재고량은 18만여대에 이른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국내 자동차업체의 증설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각 업체가 「2000년대에는 연간 1백만대 이상 생산능력을 갖춘 대형업체만 살아남는다」는 전망아래 설비투자를 계속 늘리고 있기 때문. 현대자동차는 현재 시험생산중인 아산공장이 완공되면 올해 생산능력이 25만대가 늘어난 1백45만대에 이르게 되는데 2000년까지 2백만대 이상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대우자동차도 오는 21일 완공식을 갖는 군산 누비라공장에서 30만대 생산능력을 추가로 확보, 총 1백6만대 생산능력을 갖췄다. 기아자동차는 지난 95년말 완공한 아산만공장에서 60만대 생산능력을 추가 확보한데 이어 앞으로 2005년까지 40만대 생산설비를 증설, 소하리공장의 30만대를 포함해 총1백30만대 생산능력을 갖출 예정이다. 삼성자동차가 내년 3월 완공, 신차를 출시할 예정인 부산신호공장도 연간 25만대 생산능력을 갖추게 되며 오는 2002년까지 25만대를 추가로 확보해 총 50만대 생산능력을 갖춘다는 목표다. 계획대로라면 2005년경 국내생산능력은 5백75만대에 이르러 올해의 3백95만대보다 1백80만대 늘어나게 된다. 반면 2005년 내수시장은 올해 1백70만대보다 50만대만 늘어 2백20만대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자동차공업협회 관계자는 『국내시장은 이미 한계에 이르러 앞으로 한자릿수 성장에 머물 것』이라며 『단기적으로는 수출에서 활로를 찾아야 하며 장기적으로는 중복과잉투자를 줄이기 위한 산업구조개편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영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