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일 이틀간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비동맹 외무장관회의는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참가했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가 있다. 지난 75년 남북한이 동시에 가입을 신청했으나 북한만 받아들이고 한국은 거부했던 비동맹운동(NAM)이 북한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회원국들의 지지아래 한국을 초청국가로 결정한 것은 변화하는 NAM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지난 61년 창설된 NAM은 동서대립으로 세계가 얼어붙었을 때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기 위해 만들어진 냉전시대의 산물. 군소국가들의 독립과 민족자결권 존중이라는 기치 아래 인도의 네루, 인도네시아의 수카르노, 유고의 티토등이 주축이 돼 뭉친 제삼세계 국가들은 그동안 유엔 등 국제정치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해 왔다. 특히 남북한간의 외교전쟁이 한창이던 70년대에는 북한이 독주하는 외교무대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베트남통일을 고비로 NAM의 신화는 점점 빛을 잃기 시작했고 소련의 붕괴와 함께 급격한 쇠퇴의 길을 걷게 된다. 「태생의 배경」이 곧 「성장의 한계」가 되어버린 셈. 정치세력으로서 막다른 골목에 부닥친 NAM은 90년대 들어서부터는 정치물을 빼는 「탈색」작업에 들어가 이데올로기보다는 실리를 추구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공동성명에서 「반제국주의」「반식민주의」라는 구호가 빠지고 경제협력 인종분규 환경 등이 키워드로 등장한 것도 이맘때 부터다. 한국의 회의 참가도 이같은 위상변화와 맞물려 있다. 외교전문가들은 NAM이 예전과 같은 힘을 가질수는 없지만 유엔 다음으로 많은 1백13개국의 회원국을 갖고 있는 만큼 선진국의 일방적인 독주를 견제하고 구조적인 불균형을 바로잡는데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탈냉이후 「갈라진 목소리」를 내던 NAM이 이번 회의에서 유엔안보리의 상임이사국을 비동맹국을 포함한 11개국으로 늘리고 안보리 거부권을 폐지하자는 내용에 모처럼 한 목소리를 낸 것은 새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정체성찾기」로 풀이된다. 〈강수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