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의 컴족들 사이에 「사이버페트」(Cyber Pet) 선풍이 일고 있다. 사이버페트는은 바로 컴퓨터속의 애완동물. 사이버페트의 원조는 일본의 사이버 병아리 다마고치. 주머니에 넣고 다닐 수 있는 열쇠고리형 전자장난감인 다마고치는 먹여주고 놀아주고 예방접종까지 해줘야 온전하게 살아간다. 동물과 똑같다. 괴롭히면 모습이 변하고 돌보지 않으면 죽기도 한다. 일본에선 여학생들이 일부러 굶기고 괴롭혀서 가학욕구를 충족하는 대상으로 삼기도 한다는 것. 놀이법과 육아법 책까지 나와 있고 인터넷 사이트만 40여개가 된다.청소년들사이에 폭발적 인기로 지금까지 일본에서만 수백만개가 팔렸다. 다마고치가 히트를 치면서 사이버페트의 형태가 더욱 다양하고 정교해졌다. 일본 후지쓰가 개발한 CD롬 타이틀 「테오」(TEO:THE OTHER EARTH)의 주인공 핀핀도 그중의 하나. 핀핀은 가상의 혹성 테오에 사는 돌고래모양의 인공 조류다. 살아있는 생물처럼 스스로 판단하고 감정을 표현하는가 하면 자율적인 행동도 취한다. 의사결정도 독립적이고 친해지면 주인도 알아본다. 살아있는 생물처럼 느껴진다. 가상행성인 테오는 지구처럼 하루 24시간, 1년 3백65일, 4계절이 있어서 시간변화에 따라 자연환경도 바뀐다. 핀핀도 시간과 환경의 변화에 따라 다른 반응을 나타낸다. 겨울에는 춥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낙엽이 아름다운 가을에는 즐거움을 느끼며 아침에는 아침인사를 한다. 주인의 감정이 불쾌하면 쓸데없는 말을 삼가며 위로해주기도 한다. 미국 PF매직사의 「도그스」(Dogz)와 「캐츠」(Catz)도 컴퓨터 안에서 개와 고양이를 키우는 프로그램이다. 다마고치와 반대로 먹이를 주지 않고 키울 수 있다. 주인의 성격에 따라 다르게 반응하는 것이 특징. 컴퓨터가 쉬는 짬을 이용해 나타나는 스크린세이버(화면보호기)에도 사이버페트가 등장한다. 대표적인 경우가 버클리시스템의 「애프터다크」. 쥐 물고기 강아지 곤충 등 갖가지 동물이 등장해 재롱을 피운다. 강남성모병원 정신과 李秀晶(이수정)교수는 『사이버페트 열풍은 인간이면 누구나 갖고 있는 애착관계의 욕구와 전혀 새로운 매체에 대한 호기심이 맞아떨어져 생겨난 것으로 대상자체가 실재하지 않기 때문에 느끼는 감정 자체도 가상일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 〈정영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