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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컬트]인터넷-邪敎 『접속중』…교묘히 포교

입력 | 1997-04-09 09:44:00

「천국의 문」웹사이트


지구를 향해 무서운 속도로 다가오고 있는 헤일―봅 혜성. 혜성의 꼬리부분에 숨어있듯 따라오는 미확인비행물체(UFO). UFO 안에는 인간진화의 단계를 뛰어넘는 전혀 다른 종(種)의 생명체가 숨쉬고 있다. 마침내 「육신의 옷」을 벗어던지고 부활을 상징하는 보라색 보자기를 뒤집어 쓴 채 조용히 잠든 「천국의 문」 신도들. 그 옆에는 「외계인과 지구인의 조우」를 나타내는 인터넷 웹사이트의 그래픽이 선명하다. 지난달 26일 외계인과의 동반여행을 위해 끔찍한 집단자살극을 벌인 미국 샌디에이고 「천국의 문」 교도들. 현대과학의 꽃이라 불리는 인터넷과 사교의 「접속」이라는 점에서 「사이버 컬트」에 대한 비상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인터넷은 화상에 슬그머니 고개를 디미는 메시지의 「익명성」만큼이나 그 실태가 베일에 가려져 있다. 다만 언론 등이 「웹 서핑」을 통해 부분적으로 그 실상을 추적하고 있을 뿐이다. 사교와 인터넷의 만남은 어쩌면 필연적일지도 모른다. 현실의 제약과 경계를 뛰어넘는 인터넷의 무한한 잠재력은 언뜻 종교적 주술을 연상시킨다. 인터넷의 본성이 「영원」과 「절대」로 압축되는 종교적 이미지와 맞닿아 있는 것이다. 인터넷으로 무장한 교주들은 더이상 교회와 같은 건물이 필요없다. 「촛불」과 같이 주술을 부르는 소도구도 필요없다. 컴퓨터 그래픽과 자막이 천상의 소리를 그대로 전한다. 여기에 인터넷이 가진 「익명성」의 속성은 인간 내부의 악마적 본성을 은밀하게 유혹한다. 마치 일반인들이 일부러 서점에서 포르노 책을 구하는 것은 꺼리지만 아무런 흔적을 남기지 않는 인터넷을 통해서는 포르노그라피에 중독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사이버 컬트는 자신들의 정체를 감춘 채 「UFO」 「엔젤」 「반(反)정보」 등 묘한 「냄새」를 풍기는 키 워드에 흥미를 느끼는 인터넷 마니아들에게 손을 뻗친다. 사이버 컬트의 확산은 미국내 인터넷 가입자의 급속한 증가추세와 맞물려 있다. 「천국의 문」 교주로 알려진 마셜 애플화이트는 70년대 초반부터 UFO를 믿는 일련의 사교를 창시했으나 인터넷을 포교수단으로 도입하기 전까지는 존재가 미미했다. 〈이기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