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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보청문회 이모저모]정태수씨 재소환 적극검토 결정

입력 | 1997-04-10 11:57:00


○…與野의원들은 이날 韓寶 鄭泰守(정태수)총회장 및 金鍾國(김종국)前재정본부장의 재소환 문제를 놓고 간사회의를 거듭한 끝에 결국, 한보사건의 핵심인 鄭씨에 대해서만 재소환을 적극 검토키로 결정. 金前본부장도 재소환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전날의 특위 분위기와는 달리 이처럼 鄭씨에 대해서만 재소환을 적극 검토키로 한데는 사흘째 계속된 청문회 활동을 통해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한 與野의원들의 심리적 위축감이 작용하지 않았느냐는 관측이 대두. 鄭씨와 함께 「모르쇠」로 일관했던 金씨를 재소환했다가 또다시 아무런 성과를 얻지 못할 경우 더욱 거세질 국민적 비난여론을 의식한 때문이라는 것. 이 때문에 야당측도 대외적으로는 金씨에 대한 재소환을 주장하면서도 내심 「특위공멸」이라는 위기의식에 공감, 재소환 대상자를 일단 鄭씨로 국한하는데 강력히 반대하지 않았다는 후문. 또 鄭씨와 金씨를 동시에 재소환해 대질 신문을 벌이다가 그동안 알려진 「鄭泰守리스트」정도가 아니라 정치자금을 조금이라도 제공한 與野정치인들의 이름을 줄줄이 불경우 정치권 전체에 몰아닥칠 메가톤급 폭풍의 가능성을 우려, 鄭씨만을 재소환하는 쪽으로 입장이 정리됐다는 분석도 제기. ○…구치소 청문회가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채 지지부진한 상태로 계속되자특위 소속 與野의원들은 신문방식을 개선하는 등 대책마련에 부심. 신한국당의원들은 의원 1명당 할애된 20∼30분의 질의시간을 의원 1명이 모두 사용하는 대신 주신문 의원과 보조신문 의원을 정해 주신문자가 장애에 부딪칠 경우 보조신문의원이 바통을 이어받아 엄호신문에 나서는등 신문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고심. 국민회의와 자민련등 야당의원들도 당소속 구분없이 정회시간 마다 삼삼오오 모여 그간의 답변 내용을 분석한뒤 제1주제, 제2주제등으로 신문사항을 나눠 질의를 벌이기로 하는등 역할분담에 세심한 신경. 그러나 질의 방식 수정 등 의원들의 대책 마련에도 불구하고 증인들의 답변회피로, 청문회 열기가 점차 식어가고 있다는 것이 중론. 청문회 첫날 鄭씨에 대해 무려 14시간의 신문이 계속되는 동안 거의 예외없이 자리를 뜨지 않고 답변태도를 지켜봤던 의원들이 점차 자리를 비우는등 무성의한 태도가 속출하고 있는 것. 이같은 離席현상은 특히 전문적 금융지식이 있어야 질의 및 답변이 가능한 李喆洙(이철수)前제일은행장에 대한 신문과정에서 더욱 두드러져 일부 의원들은 李前행장이 전문적 내용을 답변할 경우 눈을 감고 있거나 아예 자리를 비우기도. 한 의원은 『청문회가 별다른 성과없이 장시간 계속되고 있어 의원들이 지친 상태인데다 일부 답변내용은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난해하고 지루해 의원들의 열의가 떨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실토. ○…증인인 李前행장과 경기고 선후배 사이인 金元吉(김원길)의원(국민회의)은 청문회 막판, 李前행장에 대한 측은감 때문인 듯 갑자기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쳐 눈길. 金의원은 신문 막바지 『증인과 선후배 사이인 본인은 평소 국회 재경위원으로서 은행장이던 증인과는 멀지않은 사이였다』며 사적인 친분관계를 언급하며 증인에 대한 측은한 감정을 표시. 이어 金의원은 『가정에 우환이 깃들었다고 들었는데 정말 장시간 고생했다』고 말하면서 李前행장에게 고개숙여 인사한뒤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아 일순 장내에는 침묵이 감돌기도. 이는 李前행장이 한보사건으로 구속된 직후 충격을 이기지 못한 부친이 세상을 떠난데 이어 부인마저 입원한데다 급기야 아들마저 교통사고로 병원신세를 지게 된데 대해 金의원이 연민의 정을 품었기 때문. 한편 李前행장은 朴柱千의원(신한국당)이 『행장의 사과를 받아달라는 부탁을 은행직원들로부터 받았다』며 사과를 요구하자 풀죽은 목소리로 『경영을 맡고 있는 동안 부도를 내고 은행을 어렵게 하는 누를 끼쳐 죄송하다』고 사죄. 특히 李前행장은 朴의원이 「은행직원은 물론 그 가족들에게도 사죄하라」고 채근하자 『제일은행과 은행직원 및 가족들에게도 심심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거듭용서를 당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