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 지하철 공사장에서 또 가스폭발사고가 났다. 어제 낮 마포구 공덕동 네거리 지하철 6호선 공사장에서 폭발음과 함께 30m나 치솟은 가스불길은 일대를 온통 공포속에 몰아넣었다. 놀란 주민들이 대피소동을 벌이고 이 일대 교통이 오랜 시간 전면 마비되었다. 지난 94년 서울 아현동사고와 95년 대구 지하철공사장 가스폭발참사를 겪고 보아온 시민들은 또 한번 가슴이 철렁했다. 이번 사고 역시 지하철 공사장에서 땅파기 작업중인 굴착기가 도시가스관을 파열시켜 일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대구나 아현동사고 때와 똑같은 인재(人災)의 되풀이다. 인명피해가 없었던 것이 천만 다행이나 예사 사고가 아니다. 대형 가스사고가 날 때마다 철저한 안전관리를 다짐해왔음에도 여전히 같은 사고가 되풀이 되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고 불안이 있다. 언제까지 이런 원시적인 인재를 겪어야 하는 것인지 한심하기 그지 없다. 도시연료를 가스로 바꾸기 시작한 이후 대도시의 땅속은 지뢰밭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위험하다. 때문에 모든 땅파기공사는 지하 매설물지도를 세밀히 판독한 뒤 안전에 안전을 기해야 한다. 가스는 관이 조금만 파손되어도 엄청난 압력으로 삽시간에 많은 양이 새어 나오며 인화성이 강해 폭발화재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따라서 지하지도를 보고 땅을 파는 경우라도 만약을 위해 부근의 가스밸브를 잠그고 공사를 진행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럼에도 사고 공사장에서는 이같은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았다. 매설물지도에는 작업지점에 하수관만 묻힌 것으로 되어 있어 가스밸브를 잠그지 않았다는 설명이지만 그것으로는 면책이 되지 않는다. 어떻게 실제와 다른 지도가 그려졌는지와 함께 모든 책임을 가려 관련자를 빠짐없이 문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