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한보조사특위가 시작한지 며칠도 지나지 않아 비틀거리는 모습이다. 그동안 특위내에서 갖가지 물의의 대상이 됐던 신한국당의 李信範(이신범)의원이 10일 특위위원직 사퇴의사를 공식 발표하자 여야 의원들은 여러가지 착잡한 반응을 보였다. 대부분의 특위위원들은 불쾌한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 특히 야당 위원들은 한보특혜에 대한 실체적 진실규명 노력보다 야당 총재들의 한보자금 수수설을 제기하거나 동료위원들과 부적격 시비 등을 하는데 힘을 쏟다 한보청문회에 대한 국민의 시선이 따가워지자 혼자만 몸을 뺐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기는 다르지만 한보특위활동 자체에 대한 근본적 회의속에 위원직 사퇴를 생각하는 의원들도 적지 않은 듯하다. 이의원도 사퇴의 변을 밝히면서 『나와 생각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여럿 있다』고 말했다. 鄭泰守(정태수)한보총회장을 비롯한 주요 증인들의 답변거부, 청문회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이름까지 거론된 「정태수리스트」의 여파, 특위위원들에게 쏟아진 국민의 질타 등이 이같은 분위기가 조성된 이유들인 것 같다. 「정태수리스트」에 거론된 국민회의의 金元吉(김원길)의원은 특위 시작 전부터 朴相千(박상천)총무에게 위원직 사퇴의사를 밝혔었다. 김의원은 지난 총선 때 한보로부터 두 차례에 걸쳐 후원금 8백만원을 받았다고 이미 시인했다. 『그러나 그 일 때문에 사퇴하려 했던 건 아니고 한보특혜비리는 검찰수사라야 밝혀질 일이고 한보특위는 정쟁(政爭)으로 치달을 게 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게 김의원의 얘기다. 김의원은 이의원의 사퇴 소식을 들은 직후 『검찰 수사결과 내가 공식후원금 8백만원을 받은 것 외에 「정태수리스트」와 무관하다는 사실만 밝혀지면 특위위원직을 사퇴할 작정』이라고 말했다. 신한국당의 金在千(김재천)의원도 특위위원직을 계속 맡는데 대해 회의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의원의 경우 당지도부가 자신을 주요 증인에 대한 주 신문자에서 제외한데다 질문순서까지 뒤로 돌리자 내심 상당한 불만을 품고 있다는 게 주변의 전언이다. 〈김창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