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사건 국회청문회에서 한보그룹 鄭泰守(정태수)총회장과 金鍾國(김종국)전재정본부장은 한결같이 「정태수리스트」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다』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진술로 일관했다. 이에 대해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사전에 입을 맞추지 않았느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물론 정씨가 비자금조성이나 유용사실을 전면 부인한 것과 달리 김씨는 비자금부분에 대해서는 최소한 검찰에서 진술한 내용은 소상하게 밝히는 다른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정치인들의 정치자금수수의혹에 대해서는 일절 함구했다. 더욱이 두 사람 모두 『왜 말을 할 수 없느냐』는 의원들의 질의에 대해 『재판이 진행중이기 때문』이라는 똑같은 이유를 내세웠다. 정씨로서는 청문회에서 밝힌 것처럼 재기의 꿈을 버리지 않고 있는 만큼 입을 열지 않는 것이 장래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을 했을 수 있다. 그러나 「심부름꾼」에 불과한 김씨까지 굳게 입을 다문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우선 청문회에 대비해 변호사로부터 자문하는 과정에서 정씨쪽이 『입을 다물라』는 강력한 「함구사인」을 전달했을 가능성이 있다. 또 『정태수리스트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절대로 공개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여온 검찰이 리스트 내용이 증인들의 입을 통해 터져나오는 것을 막기 위해 사전에 입막음을 하지 않았느냐는 설도 나돌고 있다. 〈김정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