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엄마는 아이들 앞에서 화를 참겠다고 약속을 한 뒤 아이들에게 이렇게 「오냐오냐」해도 되는 것인가 하는 불안감이 들었다. 아이들의 버릇을 망쳐놓을 것만 같아 다시 야단치고 때리고 싶은 마음이 든 것. 그러나 아이들이 조금만 어긋난 행동을 하면 원인을 파악해 해결하려 하기보다는 자신의 화를 아이들을 통해 풀려는 것이 습관화한 것을 인정하고 계속 참기로 했다. 아이들은 서로 밀치고 때리고 소리지르는 일을 당장 멈추지는 못했다. 정기엄마는 다시 아이들을 불러 앉힌 후 『엄마가 너희들을 야단치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혹시 못참을 때가 있을 지도 몰라. 그러니 저녁마다 우리 함께 앉아 하루를 돌이켜보자. 너희들은 엄마가 얼마나 잘 참았나 이 표에 별표 스티커를 붙여주고 엄마는 너희들이 얼마나 잘 참았나 스티커를 붙여주도록 하자』고 말했다. 아이들이 당장 바뀌지는 않았다. 그러나 닷새쯤 지난 후 유치원 다니는 정기가 심부름을 시키면 얼른 『네』라고 대답했고 유치원을 다녀온 후 시키지 않아도 옷을 갈아입고 세수도 했다. 하도 신통해서 엄마는 정기를 끌어안으며 『정기야, 네가 잘하니까 엄마가 너무 좋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정기는 『엄마, 엄마는 내가 나쁜 아이인줄 알았지요. 내가 좋은 걸 선택해서 귀여움 받는거지요』라고 묻고는 『난 좋은 걸 선택하기로 했어요』라고 또박또박 말했다. 초등학교 3학년인 누나는 아직도 성질을 부리며 속상하게 할 때가 많다. 그러나 정기보다 3년이나 더 엄마 성격의 영향을 받았으니 바꾸는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원영〈중앙대·유아교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