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청문회에서 드러나듯 한국에선 대형 비리사건만 터지면 정치자금이 맨 먼저 도마 위에 오른다. 정치 사회 문화의 탓인지, 제도의 미비인지, 후진적 의식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미국의 정치자금 실상과 개선 노력은 어떤지 살펴본다. 미국의 정치자금은 두 가지 점에서 한국과 대비된다. 첫째, 「정치자금〓선거자금」이다. 정치자금으로 받은 돈은 거의 100% 선거자금으로 사용된다. 이것은 정치자금에 대한 투명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 대부분의 정치인들은 정치자금의 80∼90%를 기부금으로 충당한다. 자기 돈으로 선거를 치르는 정치인은 극히 드물다. 엄밀히 말하면 납세자인 유권자들의 돈으로 선거를 치르기 때문에 돈에 대한 감시가 철저하다. 정치인도 이를 은폐하거나 왜곡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미국의 제도는 선거자금을 규제하기보다는 그 수입과 지출을 공개하도록 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실제로 1백달러 이상의 기부금은 언제든지 추적이 가능하도록 반드시 수표로 하게 돼 있다. 50달러 이상의 기부와 지출도 그 내용을 공개하고 선관위에 보고하도록 돼있다. 공직자윤리법은 1백달러 이상의 선물이나 식사대접도 받을 수 없게 돼 있다. 정치자금을 기부하고 싶은 사람은 1년동안 한 사람의 후보자에게 1천달러까지 기부할 수 있다. 당(黨)에 주는 경우에는 매년 2만달러까지 가능하다. 정치자금 모금은 또한 정치행동위원회(PAC)를 통해서도 이뤄진다.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은 그 후보를 위한 PAC를 결성하고 이 PAC에 5천달러이내의 기부금을 낼 수 있다. 작년 선거에서 민주당은 선거자금으로 3억5천만달러를, 공화당은 5억5천만달러를 각각 모았다. 대선에서 클린턴대통령은 1억1천3백만달러를, 보브 돌 공화당후보는 1억1천7백만달러를 각각 선거자금으로 썼다. 양당은 지난해 선거가 유례없는 금권선거였다는 비판과 백악관의 선거자금 모금스캔들에 자극받아 정치자금법 개정을 추진중이다. 개선안 중에는 △상 하원선거에 선거비용 상한선을 두고 △개인의 기부금 한도를 1천달러에서 2천달러로 늘리며 △PAC제도 폐지 등의 방안이 포함돼 있다. 〈워싱턴〓이재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