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의 金命潤(김명윤) 金德龍(김덕룡) 徐錫宰(서석재) 金正秀(김정수) 徐淸源(서청원)의원 등 민주계 중진들은 11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호텔에서 긴급회동을 가졌다. 「鄭泰守(정태수)리스트」에 대한 검찰조사라는 「폭풍경보」에 직면, 대피책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모임이 끝난 뒤 김덕룡의원은 『「정태수리스트」를 누가 만들었는가. 정태수의 입이 만든 것이냐. 아니면 다른 정치세력이 만들었느냐. 한보사태의 본질이 무엇이냐. 「정태수리스트」는 한보사태의 본질을 비켜가기 위한 것이 아니냐』며 불만을 터뜨렸다.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다른 의원들의 반응도 비슷했다. 『왜 민주계만 거론되는지 알 수 없다』(김명윤의원) 『한보사태로 정치권이 무더기로 매도되고 있다』(서석재의원) 『「정태수리스트」에 대한 검찰수사로 입법활동이 마비되는 상황에서 당지도부가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뭔가 대책을 세워야 한다』(서청원의원)는 등 한 목소리로 불만을 표시했다. 특히 김덕룡의원은 지난 며칠간 참아왔던 「정치적 음모설」의 「몸체」에 접근하는 태도까지 보여 민주계의 반발이 전방위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드러냈다. 김의원의 얘기는 한보사건의 본질인 金賢哲(김현철)씨 및 대선자금 문제를 비켜가기 위한 음모가 아니냐는 야권의 주장과 맥을 함께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기자들에게는 절제된 용어와 표현을 사용했다는 후문이다. 비공개 회동에서는 당지도부와 검찰에 대해 격렬한 성토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10일) 민주계 소장파인 李信範(이신범) 金在千(김재천)의원 등 국회 한보특위위원들이 위원직을 사퇴하고 이날 당지도부와 연락을 끊은 채 청문회장에 나타나지 않은 것도 같은 흐름이다. 그러나 김덕룡의원 등이 극단적인 행동을 보일지의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김의원은 10일 밤 朴鍾雄(박종웅)의원 등 측근들과 심야대책회의를 가졌다. 회의 결과 검찰 출두를 미루기는 했으나 출두 자체를 거부하지는 않기로 했다. 김의원은 중진회동에서 「제삼의 장소에서 비공개로 조사를 받는 것」을 최소한의 전제로 검찰에 출두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민주계는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민주계가 주축이된 「민주화세력모임」 17인 회의를 소집, 김덕룡의원 대책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소장파 의원들까지 참석하는 이 회의의 분위기가 중진회동보다 더 강경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그렇다고 당지도부의 진화노력이 효과를 거둘만한 상황도 아니다. 김덕룡의원 등이 김현철씨나 대선자금을 직접 연계시키는 등 최후의 배수진을 치고 「결사항전(決死抗戰)」을 할 경우 정국이 어떻게 전개될는지 섣불리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정용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