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의 李會昌(이회창)대표가 취임 한달여만에 두번째 기로에 섰다. 취임 직후 이대표에게 부담을 주던 일부 대선예비주자들의 「반(反)이회창 연대」 움직임이 다소 소강상태에 들어가자 이번에는 이른바 「鄭泰守(정태수 한보총회장)리스트」가 난제로 들이닥쳤다. 그동안 속으로만 타들어가던 민주계의 「반 이회창 정서」에 「정태수 리스트」는 기름을 붓는 형국이 돼버렸다. 이 리스트에 거론된 신한국당내 민주계 인사들은 이대표가 자신의 「법대로」 이미지 관리에만 급급해하고 있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심지어 이대표가 민주계를 고사시키려는 「정치적 음모」에 관련돼 있다는 얘기를 서슴지 않는다. 그래서 이대표는 불을 빨리 끄고 싶어한다. 당지도부를 규탄하면서 국회 한보특위 위원직 사퇴의사를 표명한 李信範(이신범)의원 등에 대해서도 일단 사퇴를 만류키로 했다. 갈 길이 아직 먼데 민주계를 자극하는 우(愚)를 범하지 말자는 게 이대표의 속내다. 이대표는 10일 밤 자택에서 기자들과 만나 『참고인으로라도 검찰에 출두하게 되면 죄인취급을 받는 게 우리 실정인데 검찰이 화풀이식으로 일을 처리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한데서도 이같은 속내가 엿보인다. 그러나 민주계의 비난에 마땅히 대처할 방법이 없는 게 현재 이대표의 처지다. 이대표는 민주계의 대책 마련 요구에 대해 『당장은 검찰수사를 지켜볼 수밖에 없지 않으냐』는 말만 되풀이 한다. 아무튼 내색은 하지 않지만 이대표 진영은 현상황이 유리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보는 분위기다. 당내 최대계파인 민주계의 지리멸렬은 「이회창 대세론」을 더욱 굳힐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임채청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