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요한 바오로2세가 12일 평화의 메시지를 안고 내전의 상처가 채 아물지 않은 보스니아를 방문한다. 교황은 내전이 한창이던 지난 94년 보스니아를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그를 알현하기 위해 몰려든 군중에 테러범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이유로 취소됐었다. 교황은 이번 역사적인 보스니아 방문길에서 가톨릭교도들을 위한 옥외미사를 집전하고 이슬람교도와 세르비아정교 대표자들도 만날 계획이다. 지난 95년 체결된 데이턴협정으로 내전은 끝났다고 하지만 민족간 갈등과 대결이 지속되고 있는 보스니아는 언제든지 전쟁이 재발할 수 있는 불안한 국면에 있다. 보스니아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세르비아계는 공공연히 이웃한 세르비아와의 통일을 추구하고 있고 모슬렘과 가톨릭교파와의 관계도 여전히 좋지 않다. 이들은 경제원조를 미끼로 한 서방국가들의 압력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평화협정에 동의했지만 결코 달갑지 않은 공존상태다. 지난달 사라예보와 보스니아 중부지방에서 5개의 성당과 2개의 이슬람교사원이 폭탄 공격을 받은 것도 이같은 긴장의 연장선상에 있는 사건이다. 교황의 방문은 특히 보스니아내 과격한 민족주의자들의 목소리를 잠재우고 민족간 화해와 공존 분위기를 조성하는 중대한 사명을 갖고 있다. 그러나 바티칸측의 희망과는 달리 교황의 보스니아 행차는 오히려 민족간 갈등을 증폭시킬 가능성도 없지 않다. 크로아티아인들이 교황이 방문하는 사라예보에 가려면 앙숙간인 모슬렘 지역을 통과해야 한다. 교황에 대한 테러 등 만약의 사태를 방지하는 것은 보스니아의 가장 큰 현안이다. 미사는 사라예보 축구장에서 치러진다. 현지경찰은 물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평화유지군 비무장 국제경찰이 삼엄한 경비를 펼치고 있다. 평화구현을 위한 교황의 의지는 어떤 위협으로도 꺾지 못할 정도로 돋보이는 모습이다. 〈정성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