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K은행에 다니는 나모씨(27)는 지난 10일 퇴근후 「시원한 생맥주」 생각이 간절해 마음이 맞는 직장동료 8명과 함께 회사근처 호프집에 들렀다. 직장상사 흉을 보거나 인기있는 미혼 여직원에 대한 얘기를 주고 받으며 두시간여동안의 즐거운 술자리가 끝나자 이들은 일제히 계산대앞으로 다가가 지갑을 꺼냈다. 10여만원이 나왔다는 주인의 얘기에 모두 1만원짜리 한장씩을 꺼냈다. 각자 자기가 먹은 만큼 돈을 모아 내는 「더치페이」(Dutch Pay·비용을 각자 부담하는 네덜란드식 계산법)였다. 2차로 간 「포장마차」에서도 이들은 똑같은 방법으로 값을 치렀다. 합리성을 이유로 신세대들이 선호하는 「더치페이」방식이 최근 불황의 여파로 지갑이 가벼워진 직장인들에게까지 확산되고 있다. 나씨는 『직장선후배와 동료들과의 술자리가 술값 걱정때문에 부담이 돼서는 안된다는 생각때문에 지난해부터 더치페이가 정착되고 있다』고 말했다. LG EDS 金大玉(김대옥·28)씨도 『공식적인 회식자리가 아니면 선후배가 함께 모인 자리에서도 더치페이로 계산하는 것이 당연시되고 있다』면서 『얼마나 합리적이냐』고 반문했다. 중고등학생과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더치페이가 자연스럽게 정착된지 오래다. 분식집에 함께 어울려 다니는 고교생들은 대부분 자기가 먹은 음식값만 계산해 식탁위에 올려 놓곤 한다. 대학생들도 마찬가지. 한국외국어대 화란어과 4학년 金勇(김용·26)씨는 『제대후 복학해보니 더치페이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잡고 있었다』면서 『심지어 미팅자리에서도 남녀가 따로 계산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연세대 사회학과 金用學(김용학)교수는 『더치페이는 집단보다 개인이 중시되는 사회에서 나타나는 교환방식으로 국내에서도 더욱 확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치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