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부터 서울에서 열린 국제의회연맹(IPU)97차 총회는 1백45개국에서 1천3백39명이 참여한 대규모 회의였지만 내외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그 이유는 우선 IPU 자체가 갖고 있는 한계때문이다. IPU 총회에는 1백개국 이상의 대표들이 참석, 주로 자국 관심사만 얘기하는 바람에 중구난방(衆口難防)이 되기 십상이다. 설령 의견이 모아지는 경우가 있더라도 유엔과 같은 집행력이 없어 「말잔치」에 지나지 않게 된다. 이 때문에 국제사회에서는 벌써부터 「IPU 무용론」이 나오고 있었다. 한보태풍이 이번 총회를 덮어버린 것도 IPU관계자들의 아쉬움으로 남는다. 영국대표단의 로드 드사이가 13일 총회에서 『IPU총회 얘기가 TV에 나오는 것을 보지 못했다』고 공식발언할 정도였다. 총회를 준비했던 국회관계자는 『대부분의 국가 대표단은 우리나라에 오지 않았다면 한보사태라는 것이 있는지도 몰랐을 것』이라며 『한보청문회 일정을 IPU 총회와 겹치게 잡아 국가적 망신의 범위만 넓혔다』고 안타까워했다. 성과도 없진 않았다. 한국대표단은 정치 안보를 다루는 1위원회에 「4자회담의 진전과 관련국 의회간의 다각적인 대화의 실현을 희망한다」는 내용의 결의안 초안을 제출, 이번 총회의 최종결의안으로 관철시켰다. 또 4위원회에 제출한 「대만 핵폐기물의 북한이전 중지 촉구」결의안도 「대만」 「북한」이라는 국명은 빠졌지만 한국측의 의도를 사실상 최종결의안에 포함시켰다. 〈박제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