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간 진행된 한보사건 청문회를 어떻게 봐야 할까. 증인들의 일관된 「모르쇠」 작전 때문에 너나없이 답답하기 이를데 없다. 청문회 무용론도 등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12일밤 KBS1 「심야토론―청문회를 말한다」는 청문회가 제 구실을 못하게 된 원인 등에 대해서 비교적 냉정한 시각을 시청자에게 전달하는 토론장이 됐다. 「심야토론」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논제 선택과 패널리스트의 선정이다. 더욱이 「청문회」라는 논제는 요즘 청문회만큼 비칠거리고 손가락질이나 받을 우려가 있었다. 그런데 이날 출연한 패널리스트5명의 토론은 국민들이 청문회 파행의 원인에 대해 감정을 걸러내고 볼 수 있도록 해주었다. 이날 패널리스트들은 정치선전장이나 정쟁 마당이 되버린 청문회에 대해 『국민의 답답한 심정은 인정하지만 무용론은 성급하다』는데 입을 모았다. 청문회가 만병통치약이 아닐 뿐더러 이번 기회에 청문회의 목적과 효과, 의의 등을 되짚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여야가 청문회를 서둘러 열고 이를 정치적 푸닥거리로 이용하고 있으며 TV매체의 대중적효과를의식한일부의원들의정치쇼도 이번 청문회를 바라보는데 고려해야 할 「거품」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특히 88년 5공 청문회에서 활약했던 의원출신 변호사가 설명한 「청문회가 재미없는 이유」도 귀기울여 볼만했다. 『당대표들의 무관심 때문에 특위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지 못한다』 『5공 청문회때는 해당 사안에 연루된 의원이 없었으나 정치자금과 관련된 한보 사건은 그렇지 않다』는 지적이었다. 그러나 한 패널리스트가 5공 청문회장에서 당당히 자기 견해를 내세웠던 장세동 허문도씨를 「사나이」로 추켜세운 말이 여과없이 방영된 것은 옥의 티였다. 사내다움이 곧 면죄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국민감정을 고려한다면 「청문회를 말한다」의 토론장은 자칫 청문회 성토장으로 변할 수도 있었다. 특히 생방송이기 때문에 돌발 사태도 우려됐으나 균형을 잃지 않았던 것은 제작진의 치밀한 준비 덕택이다. 다만 대안 마련에서는 원칙론에 머물러 「청문회 답답증 해설」로 끝난 점이 아쉬웠다. 〈허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