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한보청문회에서는 한보그룹 鄭譜根(정보근)회장의 입을 통해 지난 94년 가을경 정회장과 金賢哲(김현철)씨가 한차례 만났던 과정이 비교적 상세하게 밝혀졌다. 그러나 이 만남을 주선했던 청와대 吳世千(오세천)비서관과 정회장의 말이 서로 엇갈려 그 배경에 뭔가 의도가 있지 않았느냐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정회장은 이날 청문회에서 『오비서관이 경복고 후배인 현철씨를 만나보지 않겠느냐고 먼저 제의해 서울 롯데호텔 중국식당 「상하이」에서 세 사람이 만나 점심식사를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오비서관은 『정회장의 간청으로 현철씨를 소개해 주었다』고 정회장과 정반대의 주장을 폈다. 오비서관에 따르면 92년부터 고교후배의 소개를 통해 알고 지내던 정회장이 94년 「현철씨를 한번 만나도록 해 달라」고 두차례나 부탁해 자리를 주선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현철씨에게 『정회장이 만나고 싶어한다』고 전하자 현철씨가 『대통령 아들과 재벌2세가 만나는 것은 좋지 않다』며 거절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회장이 재차 『비즈니스 관계로 만나려는 것이 아니다』고 간청했고 현철씨도 이를 응낙해 점심식사자리를 주선했다는 것이 오비서관의 해명이다. 이와 관련, 국민회의 金元吉(김원길)金民錫(김민석)의원도 오비서관의 해명대로 『정회장이 현철씨를 만나게 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정회장이 그처럼 현철씨를 만나려 했던 것은 바로 지난 93년8월경 청와대의 지시로 사정당국이 한보그룹을 내사한 적이 있어서 정회장이 현철씨를 만나 청와대와 한보의 불편한 관계를 해소하려 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회장은 그러나 보충질의를 통해 의원들이 『오비서관은 정회장이 먼저 자리를 주선해달라고 간청했다는데 누구 말이 맞느냐』고 다그치자 『그분이 그렇게 강하게 주장한다면 인정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정회장은 『93년에 사정당국의 내사를 받았는지는 모른다』며 『다만 93년 7, 8월경 金武星(김무성) 당시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전화를 걸어 「현철씨를 만나려고 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런 짓을 하지 말라」고 질책한 사실은 있다』고 털어놨다. 신한국당 김무성의원은 『당시 한보 박대근 홍보이사가 현철씨를 잘 안다며 팔고 다닌다는 정보를 입수, 정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질책을 한 적이 있다』고 확인했다. 김의원은 『당시 한보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 않았던데다 현철씨에게 「박이사를 아느냐」고 물어봤더니 「전혀 모른다」고 해 전화로 꾸짖었다』고 설명했다. 〈이동관·김정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