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협군
《꿈을 먹고 크는 나이 13세에서 18세까지. 가수가 되고 싶고 백댄서가 꿈이라고 당당하게 외치는 그들. 어른들은 도무지 이해하기가 쉽지않다. 그러나 그들의 꿈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건강하다. 물론 일그러지고 비뚤어진 꿈도 있다. 1318의 꿈과 고민을 찾아 나선다. 18세 고졸 컴퓨터 프로그램회사사장, 고교생가수 이기찬, 거리의 가출 10대들의 얘기를 들어 본다. 그들에게 「소비의 꿈」을 끊임없이 불어넣는 기업의 마케팅전략도 알아본다.》 이제 겨우 열여덟살인 하이틴이 한 기업의 사장이다. 영화나 만화에 나올법한 스토리다. 그러나 현실이다. 지난 2월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상협군이 바로 꿈같은 현실의 주인공. 그는 남들이 상상조차 할수 없는 나이에 어엿한 사장이 됐다. 그는 컴퓨터 프로그램 제작회사인 ㈜첨단미디어의 대표이사 사장이다. 직원은 5명. 다 형님뻘이다. 25평규모의 사무실에 컴퓨터와 야전침대가 놓여 있다. 아직은 다소 썰렁하지만 꿈만은 가득하다. 컴퓨터 신동(神童). 중학교 때부터 컴퓨터에 관한 각종 대회를 휩쓸면서 그에겐 늘 이런 표현이 따라다녔다. 딱 한번을 빼고 대회에 나갈 때마다 시상대에 섰다. 그의 경력은 찬란하다. 전국 규모 대회에서 모두 여덟차례나 입상했다. 그는 지난 2월 멀티미디어 제작 프로그램인 「칵테일97」을 들고 사업을 시작했다. 처음 컴퓨터를 만난 건 초등학교 때. 반에서 「컴퓨터가 있는 집」을 조사했는 데 2,3명의 친구가 손을 들었다. 집에 와서 부모님을 졸라 8비트 컴퓨터를 한 대 마련했고, 그후 그의 인생이 바뀌었다. 10년동안 먹고 자는 시간만 빼고 늘 컴퓨터 곁에 붙어 살았다. 프로그래밍 언어인 베이식부터 시작했다. 화면에 점을 찍거나 도형을 그리는 간단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친구들에게 보여줬다. 중학교 때에는 독학으로 정보처리기능사 자격증도 따냈다. 지금까지 그의 손을 거쳐간 컴퓨터가 모두 6대. 주변 사람들에게 조립해준 것은 셀 수도 없이 많다. 하지만 「컴퓨터」를 평생 직업으로 삼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집안에선 그가 컴퓨터가 아닌 공부에 전념하기를 원했다. 1남2녀 가운데 장남이니 그럴 법도 했다. 우여곡절이 많았다. 『밤새 프로그래밍을 하고 학교에 나가는 일이 잦았지만 그런대로 공부는 잘 했어요. 고등학교 2학년까지 전교에서 5등안에 들었으니까요』 하지만 고등학교 3학년 때는 도저히 공부할 틈이 안났다. 성적도 떨어졌고 급기야 컴퓨터가 아버지의 손에 완전히 「파괴」되기도 했다. 지금 생각이지만 컴퓨터에 빠져 도움이 된 일도 많다. 전국 규모의 컴퓨터 대회에서 대상을 타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입학할 수 있는 특전을 얻었다. 지난해 입학 사정이 끝난 뒤 얻은 특전이기 때문에 그는 별 수 없이 한해를 쉬게 됐다. 공부만 해선 오히려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한결같은 고집에 부모도 이젠 손을 들고 오히려 든든한 후원자가 되었다. 지난해 6월 전시회에 소프트웨어 작품을 내면서 「광개토대왕」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고심 끝의 선택이었다. 국내 시장을 평정하고 해외로 내달리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아득한 옛날 드넓은 만주 벌판을 달렸던 대왕의 기상을 닮고 싶었다. 이번에 정식 제품으로 시장에 내놓은 「칵테일」은 「광개토대왕」을 보완하고 이름을 바꾼 것이다. 해외 시장까지 겨냥한 포석이다. 워드프로세서 영한번역기 전자앨범 등 각종 소프트웨어가 함께 녹아 들어 있는 종합 멀티미디어 제작 프로그램이다. 때문에 「칵테일」이라는 이름이 정말 잘 어울린다. 해외 시장에서만 올해 20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제품이 나오기 전부터 이미 관심을 보이고 있는 기업도 적지 않다. 10대에 뛰어든 사업의 길. 아직 실감이 안난다. 대학에 들어가는 내년부터는 더 힘들고 바빠지겠지. 사업은 생각보다 훨씬 더 어려웠다. 만만한 일은 열의 하나 정도다. 특히 주변에서 『나이도 어린 데 공부나 더하지 사업은 무슨…』하는 말을 들을 때는 맥이 빠지기도 한다.하지만 아직 열여덟살. 「꿈」을 먹고 사는 나이다. 「열심히 하면 길이 열린다」는 믿음을 갖고 열심히 해볼 생각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도 내 경쟁상대의 한명일 뿐 사이버의 세계엔 영원한 강자는 없다. 〈홍석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