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들의 호주머니에 있는 돈을 모으면 1년에 50억달러(약 4조5천억원)에 달한다. 이것만 갖고도 엄청난 시장이 형성된다. 더 무서운 것은 부모들의 구매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계층이라는 점이다」. 외국의 한 시장조사기관이 호주 10대들의 시장 잠재력을 압축표현한 보고서 내용이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10대들의 감성과 꿈을 이리저리 요리해 불황속의 호황을 누리는 분야가 이른바 「10대산업」이다. 오후7시반경. 영등포 신세계점 지하2층 「영웨이브」매장. 문을 열면 매장의 후끈거림이 젊음의 열기를 그대로 전한다. 의류업체와 액세서리점이 빽빽히 들어선 이 곳은 백화점이 젊은이를 겨냥해 만든 특별매장. 『베이직청바지와 아이삭목걸이 세븐이스트팩가방이 요즘 인기캡이에요. 그거 없으면 노는데 잘 끼워주지도 않아요』 매장에서 만난 한 여고생의 얘기. 백화점측에 따르면 이곳에서 10대 한명당 한번에 10만원, 한달에 25만원정도를 뿌리고 간다는 것. 덕분에 이들이 이곳 전체 매출액의 70%를 차지하고 지난해 매출신장률은 전년대비 752%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웠다. 『유행에 아주 민감해요. 청바지도 얼마전만해도 N사 S사의 것이 유행이었는데 지금은 많이 죽었어요. 또 칠보남방이라고 연두색계통의 딱딱한 남방이 최고 유행인데 없어서 못팔아요』(매장관계자) 이같은 10대의 가공할만한 구매력은 업체들이 잇따라 10대들을 겨냥한 판촉전략과 신규브랜드를 내놓는 근거가 된다. 명동에 위치한 삼성물산의 「유투존」의 식당가. 이곳은 돈을 지불하지 않고 카운터에서 현금을 코인으로 바꾼 뒤 그것으로 음식을 사먹도록 되어있다. 『어른들은 불편해서 이용을 잘 안하죠. 그러나 10대들은 달라요. 재미있어 하거든요. 그걸 이용한거죠.』(유투존 홍보실관계자) 10대를 겨냥한 판촉물로는 콘돔까지 등장하고 있다. 청바지 전문업체인 닉스는 얼마전 판촉물로 콘돔을 제공해 화제를 뿌렸다. 이밖에 탄통모양의 포장박스, 향수병달린 목걸이, 젖병모양의 핀통, 팬티세트를 덤으로 주는 업체들도 있다. 백화점들도 「영플라자」 「영월드」 「영익사이팅」 등 10대 전문매장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으며 「제드」 「주크」 「비키」 「나이스클랍」 등 10대를 겨냥한 패션브랜드는 셀 수도 없을 정도다. 한국개발연구원(KDI)부설 국민경제교육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10대 응답자의 59.7%가 주변의 친구가 값비싼 브랜드를 샀을때 사고싶다는 응답을 했다. 유명연예인과 운동선수들이 사용한 제품이라면 무조건 OK. 소외되지 않으려는 동아리의식이 이들의 소비문화를 규정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들의 소비를 자극하는 것이 바로 그들의 꿈과 환상이다. 〈박현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