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의 일상생활에서 와닿는 문제들을 주부의 시각에서 담아내는 거예요. TV방송에서는 해주지 않는 우리의 이야기를 하는 거죠』 전업주부 유연관씨(27.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8mm 비디오카메라에는 비디오저널리스트가 되고 싶어하는 그녀의 작은 꿈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 꿈을 일궈준 곳은 서울YMCA의 시청자뉴스제작단.
94년 Y의 시청자뉴스제작교실을 수강한 1기 회원들이 뭉쳐 만든 모임이다. 열 명 남짓한 회원 대부분이 주부라 「주부뉴스제작단」이란 별칭이 붙었다.
유씨는 대학졸업 후 잠시 잡지사 기자생활을 하면서 영상매체의 영향력이 크다고 느껴 한국기독학생회의 영상비판모임에 참여했다. 소극적으로 비판만 하기보다는 직접 제작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즈음 Y에서 무료로 비디오 찍는 법을 가르쳐 준다길래 등록했다.
비디오카메라 다루기는 별로 어렵지 않았고 워낙 사람 만나고 돌아다니길 좋아하는 성격이라 취재하는 것도 신이 났다. Y에서 비디오카메라를 빌려 사용하던 것은 잠시. 곧 2백만원을 털어 비디오카메라를 장만한 뒤 앵글연습을 위해 곧잘 비디오를 들고 나섰다.
한국기독학생회의 낙태반대운동에 참여해 홍보비디오를 찍기도 했고 친구 결혼식장면과 부모님 조카의 모습도 화면에 담았다. 올가을 태어나는 예쁜 아가도 물론 꼭 찍어줄 참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다른 주부 2명과 함께 찍었던 쓰레기재활용 비디오. 구청에 수소문해 페트병 재생공장을 찾아가 분리수거된 쓰레기의 재활용실태와 문제점을 화면에 꼼꼼히 담아냈다.
『주부들만의 모임이라 취재섭외도 어려웠고 아파트 경비원에게 쫓겨난 적도 있었죠. 하지만 TV방송보다 먼저 쓰레기 재활용문제를 깊이 다뤘다는 점에서 큰 보람을 느꼈어요』
1백20분짜리 비디오테이프 예닐곱 개를 찍어와 마음에 들 때까지 온종일 몇 번이고 돌려가며 편집하기를 며칠. 10여분짜리 작품이 그제야 탄생됐다. 처음에는 편집기가 없어 카메라 두 대를 나란히 놓고 어렵사리 편집을 하느라 시간이 몇 배 더 걸렸다.
주부뉴스제작단은 그동안 아현동 가스폭발사고 당시의 주민들 이야기, 한살림공동체 사람들이 사는 법, 가짜 샤넬가방을 사는 여성들을 비롯해 10여개의 주제를 다뤘다. 글자를 따로 찍어 자막도 그럴 듯하게 넣은 뒤 마지막으로 회원들이 함께 모여 시사회를 열고 토론을 벌인다.
『사회문제의 근본원인을 파고들 수 있는 안목을 갖춘 깨어 있는 주부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아이들 학원문제 등 주부의 삶과 가까운 주제들을 계속 담아낼 계획이에요. 우리가 찍은 우리의 이야기가 방송을 탈 날도 곧 오겠죠』
〈윤경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