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 鄭泰守(정태수)총회장이 여야 정치인들에게 준 5천만원을 단순한 「떡값」이나 「정치자금」으로 볼 수 있을까. 한보 돈을 받은 여야정치인과 정치권인사들은 『문제의 돈을 대가없이 받은 것이기 때문에 정치자금』이라고 강변하고 있지만 시중의 여론은 극도로 흉흉하다. 먼저 「떡값」으로 보기에는 지나치게 액수가 많다는 지적이다. 한 검찰관계자는 『(떡값이 되려면) 대가관계도 없어야 하고 액수도 많아야 1천만원이 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시중에서는 술자리 등에서 한보청문회를 안주삼아 『5천만원이 떡값이라니 말이 되는 소리냐』 『정치인이 받으면 모두 정치자금이냐』며 분통을 터뜨리는 사람이 적지 않다. 또 엄격한 의미에서의 정치자금은 당비 국고보조금 기탁금 후원금 등 네가지로 한정된다. 그러나 한보 돈은 이중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대가없이 받은 정치자금』이라는 정치인들의 주장은 터무니 없는 억지라는 지적도 있다. 재야법조계에서는 암묵적인 청탁사실이라도 드러나면 해당정치인들을 처벌해야 한다는 강경한 목소리가 많다. 林榮和(임영화)변호사는 『정치인이 기업가로부터 돈을 받는 데 대가가 없는 법이 있겠느냐』고 잘라 말했다. 설사 직무와 관련해 구체적인 청탁은 없더라도 최소한 「앞으로 잘 봐달라」는 잠재적이거나 암묵적인 청탁은 있었다고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정씨는 한보청문회에서 『나는 돈을 주면 죄가 된다는 것을 알고 있어 (정태수리스트에 오른 정치인)명단을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증언에서 드러나듯 정씨가 최소한 암묵적인 대가를 예상하고 정치권에 돈을 뿌린 게 불을 보듯 뻔하다는 것. 또 정치인들이 계속 돈받은 사실을 부인한 것도 뭔가 뒤가 구리기 때문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최영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