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전 11시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의 12층 상의클럽. 정무 제2장관실에서 마련한 「1000만 가정 한마음 통장갖기」운동을 위한 여성단체장 간담회가 열리고 있었다. 1백50여 좌석을 가득 메운 여성단체장들은 金胤德(김윤덕)정무 제2장관의 인사말에 귀를 기울였다. 『한국은 경제난국에 처해있습니다. 정부의 과도한 규제, 기업의 고비용 저효율구조, 무비판적인 소비행태때문이지요. 이제 각 가정의 책임자인 여성들이 난국을 헤쳐가는데 앞장서야 합니다』 김장관은 구체적으로 각 가정에서 한마음통장을 개설, 물 전기 가스 등을 절약한 금액을 모아 경제살리기에 기여하자고 강조했다. 이날 소개된 예금마련을 위한 절약수칙에 따르면 △안쓰는 가전기의 플러그를 뽑을 경우 전기료가 월 8백60원 △밑바닥이 넓은 조리기를 사용할 때 가스료가 월 1백원 △샤워시간을 5분 줄일 경우 수도료가 월 5백원이 절약된다는 것. 이 자리에 참석한 高建(고건)총리는 25년전 젊음과 정열을 쏟아 부었다는 새마을운동을 회고하면서 『당시 여성들이 쌀 한숟갈 보리 한숟갈 따로 떼어 항아리에 모아두었던 「좀돌이 저축」이 새마을운동의 디딤돌이 됐다』며 『여러분의 절약운동이 경제살리기의 원동력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격려했다. 참석자들은 이어 점심식사로 정무장관실에서 제공한 꼬리곰탕을 먹었다. 신라호텔에서 운영하는 상의클럽의 꼬리곰탕은 1인분에 1만5천원. 한 가정에서 안쓰는 가전기의 플러그를 뽑아두는 절약실천운동을 1년반동안 계속해야 아낄 수 있는 금액이다. 한 참석자(48)는 『각계각층에서 벌이는 경제살리기에 여성이 참여했다는데 의의가 있다』면서도 『호텔음식을 먹으면서 이런 행사를 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며칠전 우리민족 서로돕기운동본부가 각계지도층 인사와 함께 굶주림에 허덕이는 북한동포들의 고통을 체험하기 위해 저녁으로 옥수수죽을 먹는 행사를 치르면서 굳이 장소를 특급호텔수준인 여의도 63빌딩 국제회의장을 택했나 하는 아쉬움이 남아있어선지 이날 점심은 씁쓸했다. 〈김진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