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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토피아]한국SW지원센터/「하이테크 벤처」의 요람

입력 | 1997-04-16 08:03:00


「벤처21」. 서울 서초동 한국소프트웨어지원센터 창업보육실에 입주한 21개 업체가 스스로를 일컫는 이름이다. 21개 업체중 6개 회사 사장이 20대로 젊은 벤처기업군이다. 이 지원센터는 정보통신부가 벤처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지난해말 설립한 하이테크 벤처인큐베이터.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기술력은 있지만 자금이 부족하거나 비즈니스 경험이 적은 탓에 좌절을 맛봐야 했던 공통적인 경험을 갖고 있다. 이들은 2대1의 경쟁률을 뚫고 최첨단 시설이 갖춰진 소프트웨어지원센터에 처음 입주하는 행운을 잡았다. 이제는 비싼 임대료와 관리비 걱정만큼은 잊고 살 수 있다. 영한번역 프로그램인 「번역마당」을 개발한 유진정보기술의 유경열사장(39)은 『보증금과 관리비 압박에서 벗어나 마음껏 연구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며 『지원센터 내 문헌자료실과 인터넷을 통해 얻는 국내외 최신 비즈니스 정보로부터 큰 도움을 받는다』고 말한다. 이곳은 작은 실리콘밸리다. 2층에 자리잡은 수십억원짜리 최첨단 멀티미디어 장비는 벤처기업가에게는 꿈만 같은 일이었다. 음향 편집이나 컴퓨터그래픽 영상작업에 큰 돈을 들이지 않아도 이제는 수준급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수 있는 시설을 마음대로 쓸 수 있다. 밤을 새워가며 연구개발에 몰두하다가 잠시 눈을 붙일 수 있는 취침실과 휴게실이 각 층마다 마련되어 있다. 매달 수십, 수백만원을 내야하는 인터넷 전용선도 각 사무실에 거미줄처럼 깔려있다. 5명의 직원이 함께 일하는 사이버게이트기술. 이 회사는 가상현실(VR)을 이용한 모델하우스를 가지 않아도 3차원의 가상공간에서 실물을 확인해볼 수 있는 카탈로그의 제작을 마무리중이다. 직원들은 『창업보육실에 입주할 수 없었다면 순조로운 개발은 불가능했다』고 털어놓는다. 한국소프트웨어지원센터의 유병배소장은 『구의동에도 창업보육센터가 있지만 서초동은 벤처기업의 제품개발을 위한 시설이 갖춰진 진정한 벤처인큐베이터』라며 『지원센터가 앞장서서 마케팅 컨설팅, 제품 디자인, 기술보증대출이나 무담보대출 같은 혜택까지 받도록 도와줄 방침』이라고 강조한다. 유소장은 벤처단지의 불길이 부산에도 이어지고 있다고 말한다. 부산의 20여개 정보통신 벤처기업이 모여 「모라 협동화 빌딩」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지역 소프트웨어센터 설립을 적극 추진중이라는 것이다. 벤처업체 스스로의 운명을 개척해 나가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아직 벤처기업 앞에는 많은 장애가 놓여있다. 벤처21에 소속된 라온시스템. 영화 「귀천도」를 PC게임으로 선보인 이 회사의 장규순사장(28)은 『정보통신 벤처기업이 기술개발뿐만 아니라 대기업처럼 유통에까지 손대야 할 만큼 시장 상황이 절박하다』고 토로한다. 대기업과 구별된 정부의 벤처기업 육성정책과 유통망의 전면 정비 없이는 젊은 창업가들이 숨가쁜 쳇바퀴를 계속 돌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그는 뼈저리게 경험해왔기 때문이다. 〈김종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