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가 사회적 관심사로 등장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95년 현재 치매노인 수는 13만9천명인데 2020년경이면 39만7천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증상별로 구분해 보면 경증 54%, 중간정도 31%, 중증 15%로 나타났다. 중증치매노인을 입원시킬 수 있는 전문요양시설은 현재 3개소에 수용인원 6백30명 수준. 보건복지부는 매년 5, 6개소 이상의 전문요양시설이 건립될 수 있도록 재정지원을 해 2005년까지는 1백여개의 요양시설이 가동되도록 할 계획이다. 문제는 이 계획이 치매인구가 급증하는 경우만을 상정해 수립됐다는 점이다. 미국의 경우를 봐도 4백만여명의 환자가 치매로 고통받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지만 요양시설에 입소한 환자는 그 5%인 20만여명에 불과하다. 대부분은 가족 친지 또는 친구들에 의해 보호받고 있다는 얘기다. 요양시설 입소가 검토되는 중증환자 모두가 입소를 원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물론 요양시설에 입소해야 할 치매환자를 기준으로 한다면 현재의 시설이 태부족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복지부의 계획은 입소환자 수를 지나치게 많이 잡고 있다는 생각이다. 또 치매환자 간병전문시설에 민간부문이 투자할 수 있도록 정책지원이 이뤄진다면 정부 부담이 경감될 수도 있다. 실제로 전국에 산재한 33개 지방공사의료원의 대부분은 병상가동률이 100%가 안되는 실정이다. 따라서 기존의 의료원 시설과 요원들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한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입원해서 전문간병요원의 보살핌을 받아야 할 환자들이 충분히 혜택받을 수 있다고 생각된다. 물론 이런 시설을 운영하자면 전문간병인력을 배치하고 간병비용을 일부 지원해야 할 것이다. 이 부분은 현재 추진중인 요양시설 설립계획을 축소하고 투자액의 일부를 기존시설 지원비용으로 전용한다면 효과를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대체로 치매증상이 일단 나타나면 절망의 나락에 빠지고 적극적인 치료를 포기하는 게 보통이다. 또 치매환자들이 보이는 초기증상에 무관심해 대부분 알아차리지 못하므로 병증이 심해진 다음에 우왕좌왕하는 실정이다. 하지만 치매도 다른 병과 마찬가지로 조기에 발견하면 20∼30%는 치료가 가능하다. 또 완치는 안된다 하더라도 조기치료로 경증단계를 오래 끌 수는 있다. 따라서 일반인들이 이같은 사실을 인식하도록 홍보하는 일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치매대책이라 하겠다. 양기화(남원의료원 병리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