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에서 2백여만 순례자들이 운집한 사우디아라비아 메카 외곽 야영지에서 15일 큰 불이 나 1천여명이 숨지거나 다치는 참사가 일어났다. 사우디 민방위국은 미나 평원 야영지 전체를 휩쓴 이날 불로 1백81명이 숨지고 8백여명이 부상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으나 목격자들은 다수의 압사자들을 포함,사망자수만 최소 3백여명이 넘는다고 말했다. 이날 불은 국가별로 구획지어져있는 야영지내의 한 파키스탄인 천막에서 정오직전 시작돼 섭씨 40도까지 이른 건조한 기후속에 때마침 불어닥친 강풍을 타고 삽시간에 천막촌 전체로 번졌다. 정확한 화재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점심을 준비하던 간이 가스조리기구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다. 약 5시간 가량 계속된 이 불로 25㎢에 이르는 야영지에 밀집 설치되어있던 7만여동의 크고작은 천막이 모두 소실됐다. 목격자들은 번지는 불길을 피해 순례자들이 이리저리 몰려 대피하는 과정에서 압사자가 많이 나왔다고 말했다. 희생자들은 주로 인도,파키스탄,방글라데시,요르단,팔레스타인인쪽에서 많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 미나평원 인근 아라파트 산록에 자리잡은 이란인 천막촌에서도 불이 났다는 보도가 있으나 피해상황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사우디당국은 불이 나자 헬기와 소방차를 동원해 진화에 나서는 한편 메카에 있는 모든 병원에 비상동원령을 내렸다. 또 거처를 잃은 수십여만 순례자들을 평원 외곽으로 소개,급조된 1만여동의 천막에 분산수용했다. 순례자들은 예언자 마호메트가 마지막 설교를 했다는 아라파트산에서 16일 새벽열리는 기도회 참석을 위해 준비중이었다. 아라파트산 새벽기도회로 회교 성지참배행사는 절정을 이룬다. 회교도들의 성지 참배 행사에는 지난 95년 천막촌 화재사고로 3명이 숨지고 99명이 부상했으며 94년에는 압사사고로 2백70명의 순례자들이 목숨을 잃는등 대형참사가 잇따랐다. 또 90년에는 순례자들이 좁은 터널로 한꺼번에 몰리면서 1천4백26명이 질식사했으며 87년에는 이란인 순례자들과 사우디 경찰의 충돌과정에서 4백2명이 숨지기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