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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비행금지」조치, 성지순례앞엔 『종이호랑이』

입력 | 1997-04-16 20:04:00


「유엔도 성지 순례를 막지는 못한다」.

최근 리비아와 이라크가 이슬람 성지 순례자들의 수송을 위해 유엔의 비행금지결의를 잇달아 위반하고 있으나 유엔은 마땅한 제재방법이 없어 골치를 썩고 있다.

리비아는 지난달 29일 1백여명의 이슬람 성지 순례자들을 태운 비행기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 착륙시켰다. 리비아가 유엔 결의를 어기고 성지순례자들을 비행기에 태워보낸 것은 올해로 3년째. 리비아는 13일 자국을 방문한 오마르 알 바시르 수단대통령을 자국항공기에 태워 귀국을 도왔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리비아의 거듭된 위반행위에 대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펄쩍 뛰고 있으나 『더 이상 위반하지 말라』는 경고에 그칠뿐이다.

안보리는 지난 88년 2백70명의 목숨을 앗아간 스코틀랜드 로커비 상공에서의 팬암여객기 폭파사건과 관련, 수배된 리비아인 2명의 신병을 인수하기 위해 92년 리비아에 비행금지조치를 내렸다. 이에 따라 리비아 항공기는 국외로 오갈 수 없게 됐다. 이에 대해 리비아는 『이는 불공정할 뿐만 아니라 성지순례나 공무비행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라크도 지난 9일 1백4명의 자국민을 비행기에 태워 사우디아라비아의 성지순례에 참가시킴으로써 유엔결의를 위반했다. 이라크는 90년 쿠웨이트 침공후 비행 금지조치를 받았다.

미국이 이라크의 위반행위를 강력하게 제재할 것을 요구, 10일 15개국으로 구성된 유엔 제재위원회가 열렸으나 명쾌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라크는 여러차례 성지 순례자들을 위한 비행허가를 신청했다가 기각당하자 아예 유엔을 무시하고 나섰다. 더구나 중국과 러시아가 공개적으로 이라크 편을 들고 나섰고 여러 나라가 묵인할 기미를 보이고 있어 성지순례에 관한한 「비행기 금족령」이 흐지부지되고 있다.

〈고진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