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자금 수수의혹과 관련, 金守漢(김수한)국회의장에 대한 검찰 조사가 기정사실화하자 김의장의 거취문제가 정치권 안팎의 초미의 관심사로 대두되고 있다. 당사자인 김의장 자신이 거취를 놓고 고심중이고 아직 여권의 입장이 완전히 정리된 것은 아니지만 시간이 갈수록 「자신사퇴론」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김의장에 대한 조사설이 나돈 초기만해도 입장표명에 신중을 기하던 신한국당 관계자들도 16일 들어서는 적극적으로 「김의장 사퇴론」을 제기하고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신한국당의 한 당직자는 이날 『야권은 현재 검찰에는 국회의 권위를 존중할 것을, 김의장에게는 검찰조사에 응하고 책임을 질 것을 각각 요구하고 있다』면서 『야권의 이같은 요구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내부입장을 정리 중』이라고 말해 곧 당의 공식입장을 결정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 당직자는 『국회권위 존중과 검찰조사 수용은 당연하다는 게 현재까지의 여권의 입장』이라면서 『김의장 책임론에 대한 입장도 곧 정리될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날 당소속의원 등 적지 않은 당관계자들이 『경위야 어떻든 헌정사상 처음으로 입법부 수장이 검찰조사를 받게 된 것에 대한 책임을 지고 스스로 물러나야 민의의 전당인 국회의 권위와 명예를 최소한이나마 보존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나 사퇴시기에 대해서는 견해가 다소 엇갈린다. 김의장이 「의장신분」으로 검찰조사를 받는 것 자체가 국회로서는 치욕스런 일이므로 조사를 받기 전에 사퇴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고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검찰조사에서 사실관계가 분명히 밝혀진 뒤 사퇴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일부 김의장에 대한 동정론도 없는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알려진대로 김의장이 지난 92년 총선전에 한보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면 공소시효가 지났고 현정부 출범전의 일이므로 책임을 묻기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김의장의 한 측근은 『돈을 받았다면 형편이 어려운 원외위원장시절 지구당 운영비로 썼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법적 책임과는 상관없이 헌법서열 2위인 국회의장은 그 상징성 때문에 도의적 윤리적 책임을 면할 수 없다는 「사퇴론」이 대세다. 의장비서실이나 국회사무처도 사퇴를 기정사실화하면서 후임자가 누가 될 것인지를 점치는 분위기다. 야권도 『입법부 수장이 검찰에 소환되는 것은 헌정사에 없었던 부끄러운 일이다. 김의장은 국민 앞에 깊은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국민회의) 『「정태수리스트」에 포함돼 있다면 김의장 역시 검찰 소환조사에 예외가 될 수 없다. 입법부 수장으로서 자신의 거취에 대해 심각하게 검토해야 할 것』(자민련)이라며 간접적으로 사퇴를 촉구하고 나서 김의장이 오래 버티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의장은 16일 『아직 검찰로부터 아무런 통보를 받지 못했다』며 기자들의 질문에 일절 답을 하지 않았다. 점심식사를 위해 의장실을 나서면서 현재 심경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손을 내저으며 『나는 담담한 심정이다. 지금은 아무 말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의장은 이날 오후 17일에 열리는 대구 경북지역 국가조찬기도회 참석과 선영참배를 위해 대구로 떠났다. ○…아직 청와대측의 반응은 신중하다. 한 고위관계자는 이날 『국회쪽 일인만큼 입장을 밝힐 위치에 있지 않다』며 『거취문제는 김의장 자신이 알아서 할 일 아니냐』고 말했다. 청와대 분위기는 크게 두갈래다. 김의장의 소환조사를 막기 위해 애써왔던 측은 아직 「사퇴불가」입장인 듯하다. 한 관계자는 『깅리치 미하원의장의 경우 스캔들을 겪고도 건재하지 않으냐』며 김의장의 사퇴문제논의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청와대내에서도 「사안의 경중을 떠나 이미 조사를 받는다는 상황 자체가 입법부의 수장으로서는 치명적인 타격」이라며 자진사퇴가 당연하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일부 비서관들은 『국회의장이 되기전에 돈을 받은만큼 자연인의 입장에서 조사에 응하겠다며 당당한 자세를 보였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며 『검찰 조사방침을 「국회권위에 대한 도전」이라며 반발한 모양자체가 바람직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임채청·이동관·최영훈·이철희기자〉